[프로농구] "이 멤버라면 밥먹듯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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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사임한 최희암 전 프로농구 모비스 감독은 "프로는 원하는 선수를 골라 쓸 수 있는 대학과 달랐다"고 말했다.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공급받는 프로에서 감독들은 원하는 팀을 만들기보다 팀 컬러와 자신의 농구를 조화시켜야 한다. 감독들은 "원하는 선수로 팀을 구성한다면 열번이라도 우승한다"고 외친다. 그렇다면 각팀 감독이 생각하는 '드림팀'은 어떤 모습일까. 설문을 통해 10개 구단 감독의 '꿈'을 읽어 보았다. [편집자]

드림팀을 꿰뚫는 제1원칙은 '스피드 농구'다. 최고의 '샘플'은 정규리그 2위 오리온스. 김진 감독이 구성한 드림팀도 이 원칙에 충실하다. 포인트 가드는 김승현(오리온스)이다. 경기당 7.84개(2위)의 어시스트가 말해 주듯 볼 배급 능력도 탁월하다. 슈팅 가드는 김병철(오리온스)이다. 여기에 빠른 포스트맨, TG삼보의 김주성과 오리온스의 바비 레이저가 가세한다.

빠른 농구는 공수 전환(트랜지션)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트랜지션 농구의 화신은 KCC 신선우 감독이다. 오랫동안 함께 뛰어온 이상민을 경기 조율과 패스 능력 면에서 최고로 본다. 빠르고 성실한 김병철과 추승균(KCC)이 편대 비행한다. 최근 SK에서 KCC로 트레이드된 조성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SK 이상윤 감독은 공격에 실패하고 리바운드를 빼앗겼을 때 빠른 백코트와 팀 디펜스 능력을 중시했다. 이감독은 수비 능력이 좋은 추승균과 황진원(KTF)을 선택했다. 포스트는 김주성과 찰스 민렌드(KCC)에게 맡겼다. 이 조합이 기대하는 것은 '가장 강하게 전면 강압 수비를 펼칠 팀'이다.

감독들은 스피드 못잖게 '다양한 전술 활용 가능성'을 중시했다. 8명의 감독이 김승현을 포인트 가드로 꼽으면서 '다양한 공격 옵션'을 이유로 들었다. KTF 추일승 감독은 "이상민은 다소 틀에 박힌 농구를 하지만 김승현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SBS 정덕화 감독은 "경기당 2.58개(1위)의 스틸을 하는 김승현에게 결정적인 순간 볼을 뺏기면 뼈아프다"고 말했다.

슈팅 가드로는 김병철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이었고 포워드 자리에 전자랜드의 문경은을 원한 감독이 5명이나 됐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문경은은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확실한 득점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파워 포워드 자리는 민렌드가 평정했다. KCC 신감독은 "경기 전체를 보며 자기 플레이를 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영리하고 팀 플레이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경기당 28.25득점(1위)을 하는 득점력도 겸비했다. 센터 자리에서는 김주성이 삼성의 서장훈을 압도했다. 빠른 공수 전환에 호흡을 잘 맞추는 김주성은 감독에게 여러가지 전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드가 속공 플레이를 펼칠 때 센터가 가세해 준다면 가장 확실히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들이 중요시한 것 중 하나는 '함께 뛰어본 경험'이다. KCC의 신감독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이유로 이상민을 지목했듯 오리온스의 김감독은 전희철(SK)을, SK의 이감독은 황진원을 드림팀 멤버로 채워 넣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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