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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자동차사 연쇄피해/신종 보증보험사기단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대출제 허점노려 보증후 명의이전/종합전산망등 재발 예방대책 시급
20일 경찰에 적발된 보증사기단은 보증인의 서류에 하자만 없으면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이 가능한 보증제도상의 허점을 이용,60억원대의 신종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특히 조직을 점조직으로 운영,3년여동안 3백여회에 걸친 사기행각을 벌이면서도 수사기관의 추적을 교묘히 피해 지금까지 그 전모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었다.
◇수법=조직의 총사령관격인 자본주는 우선 경기도 일대 변두리에 부채나 전세를 안고있는 주택등 부동산을 매입,재정형편이 어려운 속칭 바지(핫바지의 약칭으로 허수아비라는 뜻)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후 보증에 필요한 납세필증·동기부등본·인감증명서 등을 수십통 준비한다.
여기에 중간소개자가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차용인」을 물색해오면 곧바로 보증을 서주고 대출액의 10∼20%는 자본주가,나머지는 소개자·은행대출알선 브로커·차용자가 약정된 비율에 따라 챙기는 수법을 썼다.
또 보증보험회사에 관련서류를 제출,대출금액만큼의 지급계약 보증보험증권을 확보,은행에서 3백만∼6천만원 까지의 대출사기를 벌였다.
특히 이들은 보증보험 회사에서 발행하는 할부판매보증보험증권까지 이용,로열슈퍼살롱·그랜저·세이블 등 최고급 승용차를 할부구입,이를 되팔아 현금화,피해대상을 금융기관·보증보험회사·자동차 판매사로 3원화,「바지」한명당 보증건수를 적게는 20여건,많게는 60여건에 이르도록 「사기극대화」수법을 썼다.
일단 신용대출을 받은 차용인은 2∼3개월동안 어김없이 원리금을 상환,은행측으로부터 의심사지 않도록 했으며 바지는 이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보증을 선후 또 다른 바지명의로 부동산을 명의이전,상환연체시 은행측의 구상이 불가능 하도록 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자본주는 구속된 강신범씨(68)등 20여명으로 이들이 사주한 바지는 36명.
그러나 행동책 주동격인 차용인은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단 한명도 검거하지 못했으며 1백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뿐,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려운 상태.
이들이 벌인 사기행각은 보증보험회사 94차례 44억원,국민은행·서울신탁은행 등 시중금융기관에 1백차례 13억9천만원,대우·현대등 자동차 판매사에 43차례 5억3천만원에 이른다.
◇수사=경찰은 사기행각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선 차용자 신원파악과 검거가 급선무라 보고 지금까지 관련자료 제출을 거부해온 K은 행본점에 대해 21일중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특히 은행대출 관례상 대출인 한명이 동일은행에서 2∼3차례씩 신용대출을 받기는 어렵다고 보고 수배된 황모씨(60)등 10여명이 은행에서 두차례 이상씩 대출받은 경위와 이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한 은행관계자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키로 했다.
◇문제점=금융기관은 대출자의 타기관에서의 신용도나 금융대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전산망이 갖춰지지 않아 현실적인 재발방지책이 전무한 상태라 파악.
더구나 보증사기가 발생해도 자사의 신용도를 의식,수사기관에 알리기를 꺼리고 있어 동일범죄의 재발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같은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각은행간의 종합적인 전산망 구축뿐』이라고 말했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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