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녀에서 명동엘프녀까지 사회환경의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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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고발성 개똥녀→2006년 풍자성 된장녀→2007년 광고용 설정녀

2년 전부터 인터넷에 올라 여론을 집중시킨 XX녀들의 실체는 점차 이벤트 성으로 변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을 살펴보면 당시 사회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개똥녀는 지난 2005년 6월 개를 지하철에 데리고 탔다가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인터넷에 사진이 올려진 여성을 부르는 속어이다.

지난해 화제가 된 된장녀는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카드 빚은 쌓일지언정 비싼 식사와 브랜드 커피는 포기할 수 없는 여성을 일컫는다. 된장녀에 이어 ''고추장남' 이라는 대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엔 된장녀 말고도 각종 XX녀 들이 등장했다.

헤드폰녀(탤런트 한세아),달팽이녀(탤런트 윤승아) 등이 그들이다.

홍보성 이벤트로 이용된 경우엔 시청녀가 있다. 월드컵 기간중 시청역 단체 관람에서 사진이 찍혀 유명해진 여성을 말한다.

최근에 화제가 됐던 것은 '군삼녀'. 모방송국 아침프로 군복무단축 관련 설문조사에서 군복무기간 18개월가지고 뭘 배우겠냐며 군복무를 3년 이상 해야 한다며 주장한 여성을 칭하는 말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경험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남의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칭하는 단어로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엘프녀' 동영상 캡쳐 사진

31일 인터넷엔 엘프녀 동영상이 하루 종일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이를 놓고 네티즌들은 "또 어느 회사 이벤트이냐"는 비난을 하면서도 관심을 쏟는 모습들이다.

1분 47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나오는 엘프 복장을 한 여성이 명동 거리를 걷고 있는 내용. 긴 머리를 은발로 물들이고 흰색 엘프복장을 한 채 명동 거리를 배회한다. 엘프 특유의 뾰족한 귀까지 모방했다.

네티즌들은 '게임회사의 광고다' '코스프레다(만화나 게임 주인공의 의상을 모방하는 행위)'등의 추측을 하고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연예인 지망생의 쇼'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여성이 붉은색 T자형 막대기를 들고 나타나는 장면을 보고 '이동통신회사의 광고가 아니냐'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xx녀 시리즈는 해당 여성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개인정보.사진 노출 등 인권침해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지적했다. 특정 사건과 사물의 특징을 파악해 의미를 빨리 전하려는 인터넷 속성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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