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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좀 더 지켜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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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 FTA 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 측 실무자들이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협상장 한편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김성룡 기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0일 오전(현지시간)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부터 한.미 FTA 막판 협상 결과를 보고받았다. 워싱턴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협상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해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은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종 조문이 나오면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협상 결과를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 남아 협상을 총지휘한 슈워브 대표는 "한.미 FTA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최대 규모인 만큼 협상팀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밝혔다.

◆ 미 의회, 일단 반응 유보=한.미 FTA 협상이 일부 쟁점을 그냥 둔 채 타결선언부터 하자 미 의회는 반응을 유보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 의회 소식통은 "협상팀이 미 행정부에 주어진 무역촉진권한(TPA) 마감 시한 내 협정문 서명을 마쳤기 때문에 의회는 이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대표가 서명을 한 만큼 협정으로서의 법적 요건은 갖춘 것이며, 따라서 의회가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양국이 FTA에 서명한 30일 자정 의회에 "TPA에 의해 한국과 FTA를 체결할 의사를 알린다"는 통지문을 접수시켰다. 부시 행정부는 이어 통상법에 따라 조문에 대한 추가적인 법률 검토와 무역위원회의 평가보고서 작성 등을 거쳐 5월 중순께 협정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의회에 대한 FTA 협정 최종 승인 요청은 TPA 규정에 따라 6월 29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미 의회는 6월 말 이후 행정부가 최종 협상 결과를 들고 비준을 요청하면 그때부터 개입할 권한이 생긴다"고 말했다. 만일 이때까지도 쟁점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의회는 심의를 거부하고 '완전한 협상 결과를 가지고 오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그는 전망했다.

소식통은 "다만 협정이 타결되면 미 행정부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협정 내용을 의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며 "만일 쟁점 분야가 타결 안 된 채 협정 내용이 보고되면 일부 의원이 '협상 결과가 부실하다'고 비판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협정의 유효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 하원의 한 관계자는 "FTA 같은 중요한 협상을 쟁점 분야를 남겨놓고 타결선언부터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그만큼 양국 협상팀이 첨예하게 맞붙어 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미국 업계 치열한 로비=FTA 막판 협상에는 워싱턴 정가를 움직이는 미국 이익단체들의 힘도 세게 작용했다. 한국처럼 격렬한 시위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의원들에게 다양한 로비를 펼친 것은 물론 성명서.연구자료집 발간 등 업종별로 다양한 작전을 구사했다. 가장 활발하게 뛴 단체는 '전미 쇠고기 축산농가협회(NCBA)'였다. 이들은 봄 연례 총회를 27일부터 30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면서 막판 압박에 총력을 쏟았다. 200여 명의 협회 간부가 참석한 NCBA 회의에는 부시 대통령과 농무장관 등을 연사로 불러 한국 시장을 열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참석자들은 나흘 일정 중 이틀을 의원 개별 면담 및 관련 기관 방문에 할애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포드가 총대를 멨다. 포드의 스테판 비건 국제담당 부사장은 20일 하원 한.미 FTA 청문회에 출석했다. 여기서 그는 "12년간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포드는 한국에서 한 해에 고작 1700대를 팔고 있다"며 "이는 10년 전보다 작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해 130억 달러에 이르는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80%가 자동차 교역에서 발생한다"며 한국의 높은 무역 장벽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렌지.쌀 등 농산물 관련 단체들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캘리포니아농가연합(CFBF)'은 "한국 농부들은 정부의 높은 가격정책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워싱턴.뉴욕=이상일.남정호.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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