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로드맵 싸고 갈등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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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사관계 로드맵 최종안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로 "노조편향적" "경영계 입장 위주"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는 8일 성명을 내고 "최종안이 노조와 사용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입법을 강행하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맞섰다.

◇기업 부담 논란=최종안에 대해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건비 부담이다. 최종안대로라면 통상임금이 43.7% 오른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정액급여(통상임금과 수당)+특별급여(상여금)+초과급여(시간외 수당)'로 돼 있다. 각각 월평균 1백40만원.41만3천원.12만6천원이다.

이중 통상임금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정액급여의 90%를 통상임금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1백40만원의 90%인 1백26만원이 된다. 그런데 최종안대로 통상임금에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시키면 통상임금은 현재의 1백26만원에서 1백81만3천원(1백40만원+41만3천원)으로 크게 오른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경총 김동욱 경제조사팀장은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시켜 통상임금을 높여놓으면 상여금 총액이 높아지고 통상임금에 연동된 퇴직금 등 기업의 추가 부담은 엄청나다"며 "이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수준을 높일 수 있고,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다소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했다.

◇서로 '대항권' 위축 주장=재계는 또 로드맵이 확정되면 파업 만능 분위기가 사업장에 확산돼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최종안은 사용자의 대항권을 크게 약화시켰다"며 "기업의 부당노동 행위는 제재하면서 불법 파업 등 노조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노동복지팀 최성수 차장은 "노조의 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등 노조 권한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쟁의권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반대로 노동계는 최종안이 오히려 정당한 노동운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맞섰다.

한국노총은 "최종 로드맵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고 사용자의 대항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며 "정리해고를 보다 쉽게 하고 파업을 어렵게 하는 등 노동권을 약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지난 9월 중간보고서의 내용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남용 방지와 관련해서는 최종안이 중간보고서보다 후퇴하는 등 전체적으로 최종안은 중간보고서처럼 경영계의 입장 위주로 만들어졌다"고 반박했다.

산별노조 등에 실업자를 가입시키는 것과 관련해서도 재계는 "근로자가 아닌 실업자의 노조 가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으로 실업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선구.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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