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전생에 연인이었을까, 그 코끼리와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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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 랠프 핼퍼 지음, 김석희 옮김, 동아시아, 400쪽, 9800원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동물 사이의….

모독과 브람은 독일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났다. 모독은 서커스단의 아기 코끼리, 브람은 서커스단 코끼리 조련사의 아들이었다. 열세 살이 되던 해, 브람은 미국으로 팔려가는 모독을 실은 배에 몰래 올라탄다. 둘은 폭풍우를 만나 바다 한가운데서 조난됐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인도 땅을 밟는다. 거기서 산적도 만나고,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사랑에도 빠지고, 전쟁에 휘말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했다. 그러다 코끼리 소유주에게 발각된 뒤 미국으로 건너가 20년간 서커스의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그러던 어느날 술 취한 이가 휘두른 갈고리에 모독은 눈이 멀고, '살인 코끼리'라는 불명예까지 안아 어딘가로 팔려간다. 모독과 브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별하고, 20년 뒤 극적으로 재회한다. 브람과 다시 만난 모독은 할리우드의 명 동물 배우로 새 삶을 살다 세상을 뜨고, 브람도 뒤따른다.

누구의 삶이든 글로 쓰면 소설이라지만, 모독과 브람의 일대기는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 감동적이다. 브람과 헤어진 뒤 학대받으며 죽어가던 모독을 사들여 배우로 데뷔시킨 할리우드의 조련사 랠프 핼퍼가 이 책의 지은이다. 따뜻한 사랑의 느낌이 무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서 느껴보길 권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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