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후책임회 우스키씨(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생존자 있을때 정신대배상 해결돼야”/사흘동안 참회전화만 2백30통
『일본인들이 패전이후 자기들도 피해자라는 인식때문에 「가해자」로서 저질렀던 일들을 쉽게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진지하게 사과하는 태도를 「확실하게」 보여야 합니다.』
「일본 전후책임을 확실히 하는 회」의 대표 우스키 게이코씨(45·구저경자)는 20세기가 지나가기 전에 정신대 태평양전쟁 희생자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스키씨는 그동안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의 대일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
3월의 첫 공판을 앞두고 18일 오전 소송관계를 논의키 위해 내한한 우스키씨는 시위도중 숨진 주기성씨의 영안실에서 서툰 한국말이지만 유족회원 사이를 오가며 열심을 일을 거들어 눈길을 끌었다.
『태평양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을때 이 문제가 타결돼야 합니다. 정부간의 대화가 힘들면 시민단체의 힘을 모아서라도 해결돼야 합니디.』
우스키씨는 『무엇보다 일본이 과거의 일들을 솔직히 반성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며 『독일이 통일이후 폴란드에 대한 보상에 나서고 있는 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한일간의 화합에는 과거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우스키씨는 82년 태평양전쟁유족회의 부산∼서울간 항의도보행진을 취재하다 정신대등 일제의 만행들을 직접 전해들은뒤 충격을 받고 그동안 이 문제를 관심있게 파헤쳐온 언론인.
일본 TBS 등에 『정신대』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던 우스키씨는 90년 12월 일본내의 의식있는 대학교수·변호사등 2백여명의 회원으로 「일본전후책임을 확실히 하는 회」를 설립했다.
동경에서 정신대 관련자들을 위한 상담전화 「핫라인」을 개설하기도 했던 우스키씨는 『3일동안 2백30여통의 전화가 걸려왔다』며 『위안부들을 직접 거칠게 상대했었다는 고백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10개월간 다니기도 한 우스키씨는 『앞으로 피해보상을 위한 실태조사가 선행된뒤 생사확인·현지위령제·유골생환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배재판의 전망에 대해서 우스키씨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동남아 등도 비슷한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일본 법원이 쉽사리 판결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뒤 『재판이 끝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자료들을 모아 후세들에게 남기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홍병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