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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선 마무리] 개혁 '고득점' 푸틴 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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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러시아에서 7일 실시된 제4대 국가두마(하원) 선거 잠정 집계 결과는 '집권당 압승, 제1야당인 공산당 참패, 좌.우 민족주의 정당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8일 97.87%가 진행된 중간 개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인 러시아 단합당이 37.1%의 지지를 얻어 12.7%의 저조한 득표율로 2위에 머문 공산당의 세배 가까운 득표로 낙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익 민족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11.6%)과 좌익 민족주의 정당인 조국당(9.1%)도 예상 외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자유주의 성향으로 친서방 정책을 표방한 야블로코와 우파연합의 득표율은 각각 4.3%와 4%로 비례대표 의원 확보에 필요한 5%선을 넘지 못했다.

단합당은 비례대표제에 따른 정당별 투표와 별도로 이루어진 지역구 투표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는 단합당이 정당별 투표로 1백17석, 지역구 투표로 1백5석을 얻어 전체 4백50석인 하원 의석 가운데 과반수에 가까운 2백22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단합당은 공산당표 잠식을 위해 크렘린 내 매파들이 급조한 정당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당과 전통적으로 친(親)크렘린 성향을 보여온 자유민주당 등과 연합하고 여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까지 끌어들일 경우 개헌에 필요한 의석의 3분의 2(최소 3백석)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재선돼 4년간의 2기 임기를 마친 후 3기 연임이 가능하도록 크렘린이 개헌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2기 연임만 허용한다.

1999년 3대 하원 총선에서 24.2%의 득표율로 제1당을 차지했던 공산당은 상당수 지지표가 단합당과 조국당으로 빠지면서 참패를 겪었다. 공산당의 전통 지지 세력이던 각 지방의 주지사들이 친크렘린 노선으로 돌아선 것도 주요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집권 4년에 대한 종합평가적 성격을 띤 이번 총선의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개혁정책에 대한 지지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안정적 기반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 알렉산드르 베쉬냐코프 위원장(右)이 7일 총선 잠정 집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첫번째 출구조사에 따르면 친크렘린계인 러시아 단합당은 제1야당인 공산당을 큰 표차로 따돌렸다. [모스크바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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