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 지하 캠퍼스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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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화여대 동문들과 이대 캠퍼스를 찾았던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잡은 이화교가 사라지고, 그 아래를 지나던 철로가 복개되면서 이대 정문 앞 광장과 운동장 아래에 대규모 지하 캠퍼스가 들어선다.

그동안 이대 정문에서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경의선 철로 위에 놓인 이화교를 건너야 했다. 그러나 경의선이 전철화되면서 철로의 복개가 불가피해졌다. 또 복개되는 부분에 전원 공급시설을 설치하면서 이화교의 원래 높이 보다 2m 높아지게 됐다. 따라서 이대 정문 앞도 경사진 길로 변하고 이대 진입로에 위치한 광장 높이도 달라지게 됐다. 이화교는 이미 지난 5월 철거돼 현재 복개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화여대는 경의선 복선 전철화에 따른 이런 변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교내의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광장과 운동장에 지하 캠퍼스를 짓기로 결정했다. 강미선(이대 건축학과)교수는 "유서깊은 교사를 보존하고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하 공간 개발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조성될 지하 캠퍼스의 규모는 2만평으로 대강당 앞 광장과 운동장 지하를 이용하게 된다. 그 가운데 1만2천평은 학술공간 및 상업공간으로, 8천평은 주차공간으로 활용한다.

지하 캠퍼스 설계는 국제 현상 공모 중이며 현재 3개팀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공모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파리 미테랑 국립도서관 설계를 담당한 도미니크 페로, 이라크 태생의 여성 건축가로 해체주의 건축으로 유명한 자하 하디드, 요코하마 페리 터미널 국제 현상에 당선됐던 FOA(파시드 무사비와 알레얀드로 자에로폴로)등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건축가들이다.

이와 함께 철로 복개를 통해 조성되는 3천7백평의 부지는 학교가 복개공사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30년간 철도청으로부터 임대키로 했다.

이화여대 1983년도 졸업생인 조미숙(배화여대)교수는 "이화교가 사라지고 캠퍼스 진입부분 모습이 변해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섭섭하지만 후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화교는 '다리 위에 있을 때 기차가 지나가면 그 날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속설이 도는 등 이대 동문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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