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영학석사 취업난/“이론치중 현실과 안맞는다” 기업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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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기침체까지 겹쳐 수요조차 크게 줄어
미국도 인문계 구직난이 몰아닥치고 있다.
최근 미국내 경영학 석사학위(MBA) 소지자들이 직장을 잡지 못해 고학력 실업자가 늘고 있다.
UCLA나 텍사스오스틴과 같은 유명대학의 지난해 MBA졸업자의 15∼20% 가량이 기업체들로부터 취업제안조차 한건 받아보지 못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유명대학 MBA만 취득하면 투자자문회사들이 초임연봉 10만달러씩 주고 너도 나도 끌어가겠다고 나섰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MBA의 이같은 시세폭락은 물론 경기침체로 MBA 수요는 주는데 배출되는 학위소지자가 턱없이 많기 때문이다.
60년대에 매년 5천명정도 나오던 MBA가 지난해엔 7백여대학에서 7만5천명이나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MBA의 가장 큰 위기는 대학들이 실제 버즈니스세계와 동떨어진 이론경영학에 지나치게 치중해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에 있다.
IBM·GE·제록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90년대 들어 MBA출신들이 주로 노리는 중간관리직을 대폭 줄이는 대신 기술·회계분야의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쪽으로 채용패턴을 바꾸고 있다.
미 대학들은 MBA과정이 너무 상아탑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지도력과정」(시카고대),「도전과정」(인디애나주립대),「교도소방문 프로그램」(페퍼다인대) 등 기발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지만 경영자가 되기 위한 실제 소양을 길러주기 보다는 학생·기업체에 좋은 인상을 주기에 급급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대학들은 학교수입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MBA과정(시카고대의 경우 전체 수업료의 3분의 1인 9백만달러)이 기업체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MIT는 부동산과 기술,노스웨스턴대는 마키팅,유펜은 국제경영 등 전문과목을 최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포브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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