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스로 특권 의식 버리고 모범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의경 생활을 하며 보아온 경찰의 문제점에 대해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경찰을 헐뜯기 위해서가 아니며 오히려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에서라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경찰청으로 조직이 독립한 경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이 일반인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권위 의식을 타파해야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경범죄를 단속하는 경찰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침을 아무데나 뱉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또 경관들이 경찰서 정문 앞에 버젓이 불법 주차를 하는가 하면 인도에까지 차를 주차시킨다.
더구나 다른 경찰서에서 온 순찰차까지도 이중 주차를 하여 일반차들의 소통을 원활하지 못하게 한다. 그걸 제지하려하면 『직원인데 뭐 어때』하는 식으로 무시하고 장시간 주차시키기 일쑤다. 전에 차를 2분간 주차시켰다가 스티커를 발부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인을 보아온 나로서는 부끄러움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일반인이 경찰서를 출입할 때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증을 받아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타 경찰서 직원이 사복을 입고 올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면 자기들은 일반인과 다른「경관」임을 강조하며 거드름을 피우고 반말부터 한다. 심지어는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정문에서 근무하다 보면 직원들이 음주 운전하는 것도 많이 보게 된다. 또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보호실 면회를 시켜주고, 일반인들은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
과중한 업무와 보수의 열악함, 남들 놀 때 못 놀고 잠 못 자는 괴로움으로 경찰은 심신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새 경찰」로 태어나겠다고 경찰청으로까지 독립한 경찰이라면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경찰, 신뢰받는 경찰상을 이룩하려면 경찰서라는 곳은 무서운 곳, 들어가기 힘든 곳, 불친절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물론 자체경 비도 중요하지만 치안에서 더 많은 효과를 거두려면 경찰서를 휴게실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국민들이 고충을 마음껏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게 되면 범죄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찰과 국민의 튼튼한 협력체제가 이루어질 테니까 말이다. 오치형 <서울 경찰청 소속 의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