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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아파트 이름 안돼" 제주, 이색 승인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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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아파트에 영문 브랜드는 곤란합니다."

제주시가 아파트 분양 승인을 내주면서 영문 알파벳이 들어가는 브랜드를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자 이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려는 주택업체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제주시는 최근 들어 분양 승인 조건에 영문 이니셜이나 철자가 들어 있는 브랜드를 쓰지 말고 가급적 순수 우리말이나 제주도 토착 용어를 사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 노형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 지난 4일 모델하우스를 연 중흥건설의 경우 자체 브랜드인 'S-클래스' 대신 '미리내마을'이라는 새 브랜드를 급히 만들어 승인을 얻어냈다.

이 회사는 이미 제작한 홍보용 책자에 인쇄된 '월랑마을 중흥S-클래스'부분에 '중흥 미리내마을'이라는 스티커를 덧붙여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이에 대해 제주시청 관계자는 "지난해 이 회사의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이왕이면 우리의 고유 정서에 맞는 이름을 사용하는 게 좋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되도록 자사 브랜드를 널리 알리려는 주택업체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상반기 이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K사 관계자는 "아파트는 브랜드 자체가 갖는 가치가 있는데 지역 특성에 맞게 바꾸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D사의 경우 이달 중 제주도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데 이 회사 브랜드에 'e'가 포함돼 있어 고민스러워하고 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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