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심각한 무역역조 시정촉구/궁택 방한때 풀어야할 양국 현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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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실현 안된 기술이전도 시급/일서 정신대문제 사과… 장애 안될듯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가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90년 노태우 대통령과 지난해 가이후 총리의 교환방문으로 양국관계를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관계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한바 있으나 양국간에는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적지않다.
◇무역수지적자=가장 큰 현안은 사상최고의 불균형 현상을 보이는 대일 무역적자다. 한국 전체 무역적자의 90%가 넘는 88억달러가 대일적자다.
이것은 전체GNP의 3.7%로 미국이 일본에 대해 4백5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내고 있다고 난리를 치는데도 GNP의 0.75%에 불과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바람에 노태우 대통령도 지난 10일 연두기자회견에서 『현안인 무역불균형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선린우호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한국측은 먼저 가방·의류·신발 등 16개품목의 관세율을 현재의 절반정도로 인하하고,장갑·포장용 자루·못 등 13개품목에 대한 일반특혜관세 한도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또 일부 농산물에 대한 수입수량규제,피혁·혁화 등의 관세쿼타 등 비관세 장벽을 철폐토록 요구하고 있다.
일본측도 주한 일본종합상사에 대한 수출입개방,지적소유권보호,수입선 다변화제도 운영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측은 이중에 수출입개방문제는 수출분야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또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로 기술이전 문제를 계속 거론해 왔다. 그러나 양국이 합의해도 회의만 하고 헤어지는 실효성없는 조치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한국이 3대 1 비율로 약2억달러를 출자해 민관합동의 「한일과학기술협력재단」을 설치할 것을 제의할 예정이다.
65년부터 6백5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한 이면에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제2의 차관제공국이며,90년말 현재 투자건수 59.4%(2천67건),총투자액 48.1%(37억9천만달러)로 제1의 투자국으로서 경제협력을 강화해온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현재의 심각한 무역역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양국간의 교역 자체가 마비될 수 밖에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으며,한국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대문제=최근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신대문제는 일본측이 진상규명과 사과 및 보상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요한 장애가 될 것 같지 않다.
◇북한­일본 수교문제=이미 한­미­일 3국간에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의견이 교환되고 있으며,일치된 인식을 보여 주고있다. 지난해 12월16일 방한한 일­북한 수교교섭의 일본측 수석대표인 나카히라(중평립) 대사도 북한의 핵문제 해결없이는 수교교섭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남북간의 합의서 채택이 수교의 전제조건인 「남북대화의 의미있는 진전」을 충족시키지 않으며 실천이 중요하다는 한국의 입장에 동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기본 인식의 공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북한의 대남 화해움직임이 일본의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위장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 파견등 국제문제=이제까지의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양자관계만 논의됐다면 이번 회담부터는 국제문제도 의제로 오르게 된다는 점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엔가입등으로 한국의 위상이 변한 탓도 있지만,국제정치적인 역할을 확대하려는 일본으로서도 한국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일본의 유엔평화유지활동에 자위대를 파병하는 문제와 관련해 일본측은 최소한 한국의 적극적인 반대만은 피하자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 법안이 보류됐다는 이유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거론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상당히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야자와 총리는 일 총리로서는 한국국회에서는 최초로 연설하는등 미국 대통령의 일정과 똑같은 과정을 밟음으로써 정신대문제 사과와 함께 과거사를 완전히 묻어버리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의 교역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고는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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