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위·식도 역류증 급증 당신의 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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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식사 후의 불쾌한 신트림. 앞 가슴에 느껴지는 타는 듯한 속쓰림 등으로 식사하기 불편하고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명 '위·식도 역류증' 때문이다. 2001년 3.5%에서 5년 만인 2006년 5.19%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 병이 비만 환자와 서구화된 식생활이 확산되면서 앞으로도 급증할 것이라는 점. 실제 육식이 주식인 서양인들 네 명중 한 명은 한 번쯤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괄약근(위.식도 연결) 이상이 원인

위.식도 역류 질환이란 말 그대로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는 병이다. 입으로 삼킨 음식은 산도가 중성인 식도에서 강산(PH 2의 )인 위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소화가 시작된다. 이때 강산인 위 내용물은 식도와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접촉하는 불상사(?)가 생길 땐 강산이 식도.인두.후두.기관지 등의 조직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 이 '철칙'을 지키기 위해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부위엔 괄약근이 존재하면서 음식이 위로 들어올 땐 열리고, 음식이 지나가는 순간 곧바로 닫히는 역할을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바로 이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초래된 병이다.

위궤양.천식 등과도 증상 비슷

최근(2006년 10월 ~ 2007년 1월) 분당서울대병원, 고대 구로병원 등 전국 70개 병원을 방문한 7274명(남자 3854명 , 여자 3420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속쓰림이나 명치 끝 통증(77.1%)이었다. 신트림(75.7%)도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경험했으며, 가슴 안쪽이 타는 듯한 느낌(68.6%), 목이 쉬는 증상(56.5%)도 빈발했다. 하지만 위식도 역류질환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면 마냥 위장약만 복용하거나 다른 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들이 겪는 증상은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인후염, 천식, 협심증 등과 비슷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위·식도역류증의 전형적인 증상인 '역류성 식도염'(그림左)과 '역류성 후두염'(그림右)을 보여준다.역류성 식도염은 강산성의 소화물질이 식도까지만 역류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조직손상과 함께 목에 이물감,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음성 변화 등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역류성 후두염은 낮은 산도의 물질이 식도를 통해 올라와 인두(목)까지 침범하는 것을 말한다. 목이 아프거나 뻐근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가래가 나오며, 기침을 자주 한다.

확진은 정밀검사로

확진을 위해 내시경 검사는 기본이다. 증상과 함께 식도가 강산에 의해 부식돼 염증 소견을 보인다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환자 본인이 불편한 증상 때문에 자다가 깰 정도지만 식도염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다. 이때는 직접 괄약근의 압력을 재보는 식도 내압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는 괄약근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장착한 뒤 물을 삼켜 보는 것이다. 이 검사만으로도 확진이 어려우면 24시간 동안 식도의 산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속한 치료로 합병증 막아야

위.식도 역류증은 그 자체의 불편한 증상도 문제지만 장기간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합병증이 무섭다. 식도염.식도협착 등이 흔히 초래되며, 식도암의 전 단계인 바렛 식도(Barrett), 그리고 드물지만 식도암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발견.치료로 식도 조직이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환자 치료 현황은 부끄러울 정도다. 지난해 11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선 속쓰림과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느낀 지 1년 이내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58%에 불과했다. 한국.중국.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대만.태국 등 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다.

높은 베개 베야 … 담배.술.초콜릿 ×

일단 진단이 내려진 환자는 역류증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잘 때 높은 베개를 베야 하는 것은 기본. 흡연자라면 당장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담배는 식도 아랫부위의 괄약근 압력을 느슨하게 해 위 속 음식물이 쉽게 올라오게 하기 때문이다. 뚱뚱한 사람은 체중을 줄여 날씬한 몸매로 만들어야 한다. 또 평상시 코르셋 등 몸을 조이는 옷은 피하고, 가급적 헐렁한 옷을 입는 게 좋다. 초콜릿.술.커피.박하.탄산음료 등은 역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평생 멀리한다는 결심도 필요하다.

8주간 약물 치료

생활습관을 변화시켰는데도 증상이 계속될 땐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다. 통상 장(腸)운동 촉진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를 8주 이상 복용해야 한다. 약물치료로 일단 좋아졌더라도 평상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환자가 꼭 인식해야 한다.

이미 치료를 시작했을 때 너무 방치된 상태에서 반복되는 염증으로 이미 식도가 좁아져 있는 경우, 식도 점막 세포가 변형돼 있는 환자 등은 수술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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