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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Blog] 임권택 100번째 작 '천년학' 날리기에 똘똘 뭉친 충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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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임권택(71.사진)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개봉(4월 12일)을 앞두고 한국 영화계 전체가 발벗고 나섰다. 바로 오늘(29일) 저녁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선 '임권택, 100편의 눈부심-대한민국 영화계가 그에게 바침'이란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충무로의 주요 단체들이 뜻을 모아 감사패 증정과 특별 시사회 등으로 짜인 헌정행사를 연다. '천년학 임권택 감독 헌정행사 준비위원회'도 꾸려졌다.

이 자리에는 영화배우 안성기.강수연.박중훈.문근영, 영화감독 강우석.박찬욱.이준익.봉준호 등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촬영이다 뭐다 해서 다들 바쁜 일정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임 감독을 위한 헌정행사인 만큼 기꺼이 일정을 조정했다고 한다.

'임권택'이란 이름 석 자가 충무로에서 갖는 강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1960년대 초 데뷔해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00편의 영화를 연출한 임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원로이자 산 증인이다. 흔히 원로라고 하면 나이를 먹어 일선에서 물러난 사람을 생각하게 되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의욕적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일구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를 세계로 알린 공적도 결코 잊을 수 없다. 87년 '씨받이'는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90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상의 주인공은 둘 다 강수연이었지만 임 감독의 비범한 연출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감독은 마침내 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에 우뚝 섰다.

충무로가 임 감독의 100번째 영화에 존경과 애정을 표시하는 건 반갑고도 즐겁다. 일부 영화사는 자신의 영화 개봉을 '천년학'과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는 후문이다. '천년학'이 더욱 많은 관객과 만나도록 배려한 것이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자신의 영화 '좋지 아니한가'의 개봉을 준비하는 바쁜 일정에서도 '천년학'의 예고편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임 감독의 작품세계를 해외에 소개하는 영문책자를 펴냈고,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도 임 감독의 동국대 강의를 묶은 '영화: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내놓았다.

영화 한 편의 개봉을 충무로 전체가 축하하는 분위기다. 충무로는 모처럼 단합과 의리의 서사극을 연출했다. 지금까지 거의 볼 수 없었고, 또 앞으로도 보기 드물 것 같은 광경이다. '천년학'에서 느껴지는 두루미의 상서로운 기운이 실제 극장가에선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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