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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나야 잘 팔려 … 아파트 디자인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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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대림산업이 마영범 디자이너와 손잡고 선보인 인테리어가 적용된 아파트 36평형 거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색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동안 아파트 브랜드 강화해 치중했던 주택업체들이 최근 들어 디자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치열해지는 분양 시장에서 아파트 내.외관 디자인을 차별화해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잡아보겠다는 전략이다.

대림산업은 최근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마영범 경원대 교수와 손잡고 한국적 정서를 강조한 아파트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였다.

대림산업의 새 인테리어는 한국의 전통미를 강조하면서 최대한 단순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맞배지붕처럼 경사지게 설계한 거실과 안방 사이의 복도 천장, 나뭇결이 돋보이는 마룻바닥, 면과 한지 등으로 멋을 부린 벽지 등에서 전통의 맛이 느껴진다. 마 교수는 "주택 본연의 목적을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의 전통미를 강조한 디자인"이라며 "화려한 치장과 장식보다 편리성과 자연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의 새 인테리어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대림주택문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GS건설은 아파트 1층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을 아파트 밖으로 빼냈다. 대신 계단이 없어져 한층 넓어진 현관을 호텔 로비처럼 고급스럽게 꾸몄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브리지(교량) 형태로 아파트 밖에 마련했다. GS건설은 이 디자인을 '자이안 로비'라 이름 붙이고, 지난해 특허 출원했다.

GS건설은 이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 'ㄷ' 모형을 엎어 놓은 듯한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옥상과 필로티 등의 디자인도 특화할 계획이다. GS건설 주택기술담당 최임식 상무는 "아파트 외관 및 공용공간의 디자인은 주택의 장기적 가치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사외 디자인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자이 디자인 위원회를 중심으로 보다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도 옷을 갈아 입고 있다. 기존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금속 재질로 단순하게 디자인됐으나 최근에는 나무와 대리석 등으로 치장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40~50대 상류층을 겨냥해 디자인한 '클래식' 엘리베이터.

쌍용건설은 40~50대 상류층을 겨냥한 '클래식'과 30대 중산층을 타깃으로 과감한 컬러와 그래픽을 조합한 '하이테크' 등 두 가지의 엘리베이터 디자인을 선보였다.

쌍용건설의 클래식과 하이테크 디자인은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국제인증제도인 'GD(Good Design)마크'를 획득했다.

이 같은 업체들의 디자인 경쟁이 '고객 디자인 공모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개발되는 상품은 고객들의 실생활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게 많아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대림산업은 '최고의 쉼으로 e-편한세상을 디자인하기'라는 주제로 제3회 주부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4월 4일까지 열리는 이번 공모전에서는 생활의 편리성을 위한 평면 디자인 등의 아이디어를 회사 홈페이지(www.daelim-apt.co.kr)에서 접수한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충남 아산시 모종동 e-편한세상 아파트에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거북선과 대형목조함선 모형의 어린이 놀이터가 바로 이 주부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GS건설은 디자이너와 건축 및 디자인 관련학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제1회 자이 디자인 피에스타'라는 공모전을 열고 있다. 4월 10일 마감하는 이번 공모전은 공간과 제품의 특징을 잘 융합시켜 새로운 영역의 디자인을 발굴해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우리 집의 행복이야기를 디자인한다'라는 주제로 실내 인테리어 공간 디자인 등에 대한 주부 공모전을 열었다. 울트라건설도 3월 20일까지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다.

한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시장에서 고객들은 이제 더 이상 단순 구매자가 아닌, 실생활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상품 개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회사 디자인팀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공모전 등을 통해 고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상품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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