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발전|유통현대화·한탕주의 근절이 좌우|『출판저널』중견 출판인 31명 대상 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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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출판인들은 출판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통구조 현대화와 한탕주의 근절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출판저널』이 중견출판인 31명을 대상으로 새해 설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부분의 출판인들은 유통현대화의 구체적 작업으로 일산 출판단지 건설, 대형 유통기구 확충, 서점 진열공간 확대, 지불조건 개선 등을 들었다.
또 한탕주의가 터 잡지 못하게 하려면 출판사의 전문성 확보, 로열티 과다지출 자체, 과대광고 지양, 참고서 채택료 철폐, 전문편집자 및 유통 실무자 교육제도 마련 등을 서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출판인들이 일산 출판단지와 유통기구 대형화에 거는 기대는 컸다.
기문당 대표 강해조씨는『일산 출판단지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우리의 숙원사업인 종합도서유통센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출판인의 합심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종택씨(제 3문학사 대표)는『출판사와 서점이 함께 참여하는 광역형 유통기구 설립도 한 방법』이라며 서련과 출협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희망했다.
90년대 건전한 출판풍토를 해칠 최대의 걸림돌로「한탕주의」를 꼽는데 주저하는 출판인은 거의 없다.
오원진씨(도서출판 솔)는『흥행에 성공한 외국영화의 시나리오를 국내 싸구려 각색자의 손을 빌려 장편소설로 둔갑시키거나 중국 연변 조선족 작가들의 허술한 자료들을 모아 장편소설로 윤색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우리 출판계의 치부를 털어놓았다.
또 김병준씨(지경사)와 손영일씨(전파과학사)는 국제저작권 협약 가입 이후 국내 출판사들의「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인한 로열티 과다지출은 우리 출판사들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민족적 자긍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며 베스트셀러에 집착하는 무분별한 상업주의를 경계했다.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장석주씨(청하)는『독자적 출판사로서의 전문성 확보가 한탕주의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출판인 양성기관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한편 출판인들은 유통 현대화와 한탕주의 철폐는 정부의 지원과 건전한 독서풍토가 자리잡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성규씨(문이당)의 말은 출판인들의 소망을 대변한다.
『출판처럼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업종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산업에 걸쳐 갖가지 형태의 지원이 뒤따르는 실정에서 유독 출판업종만 냉대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출판의 양적 증가에 걸맞은 질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최형민기자>
@최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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