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다가선 남북신뢰구축(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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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한사이에 신뢰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7일 동시에 나온 남측의 금년도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발표와 북측의 핵안전협정 서명 약속은 이제 우리도 서로 믿을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지난해의 5차고위급회담과 비핵화공동선언을 마련하기 위해 만나 남북한대표들이 주고 받았던 구두상의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신뢰구축의 토대를 한단계 다질 수 있게된 것이다. 앞으로의 남북한 관계에서 이같은 실적이 계속 쌓이기만 한다면 민족화합의 날도 머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남북한 관계는 물론 국제적 긴장의 쟁점이었던 두가지 난제가 한꺼번에 풀리게 됨으로써 이제 발효절차를 남기고 있는 「화해·불가침·협력합의서」와 「비핵화선언」의 이행전망도 밝아졌다. 아울러 이번 남북한의 조치는 그런 쟁점을 해결했다는 차원에 덧붙여 장래 남북교섭의 핵심문제가 될 군비통제로 가는 길을 선도한다는 의미도 있다.
모든 대화와 교섭에서도 예외가 아니지만 군비통제­군축의 과정은 상호 신뢰의 토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북한측이 남북한 대화에서 정치·군사회담을 선행하자고 한데 대해 남측이 반드시 신뢰구축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대화나 평화공세란 단순한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까지의 남북한 관계가 오랫동안 그런 선전차원에서 맴돌다가 믿을 수 있다는 분위기속에서 대화단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제 남북한 정책당국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살려 합의서에 약속된 사항들을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조치들이 단시간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0년가까이 격절되어온 남북한 사이에 가로놓인 장애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적어도 북한과 의구심 없이 평화스럽게 살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되어야 한다.
남북한 사이에 긴장의 요소를 제거하고 그러한 평화분위기 조성에 기여한다는데서도 팀스피리트와 핵안전협정에 대한 양측 정부의 발표는 값진 것이다.
이러한 평가를 하면서도 불행한 것은 우리가 아직도 북한측에 대해 몇가지 주문하고,꼭 다짐받아야겠다는 심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만큼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완전하게 북한에 대해 불신과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핵안전협정에 서명한뒤 기대하는 만큼 완전한 핵사찰을 허용할 것인지,남북한의 합의서 이행에서 특정분야,이를테면 군사·정치분야에 치중하고 교류협력분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인지 등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심정이다. 이 모두가 그동안 쌓여온 불신때문이다.
7일의 조치로 이제 우리도 그런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계속 이러한 신뢰구축조치가 쌓여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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