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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상품보다 가치 … 한국도 '뿌리'를 뒤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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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래를 정확히 읽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미래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바뀌며 그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문화전략은 뭘까. 특히 한류는 어떤 식으로 육성시켜야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듣기 위해 손꼽히는 미래학자 롤프 옌센 드림컴퍼니 대표(전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소장)과 티모시 맥 세계미래회의 회장을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이들은 28~2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글로벌 문화포럼 2007 서울'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중앙일보와 문화관광부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포럼에서 이들은 각각 기조강연과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롤프 옌센 드림컴퍼니 대표

롤프 옌센(65)은 1999년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국내에선 2000년 한국능률협회 번역.출간)에서 "정보화시대 이후의 세상은 감성 중심의 '꿈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 후 8년. 옌센은 다시 말한다.

"삼성 휴대전화를 보라. 성공요인이 품질이나 기술 때문인가? 아니다. 다른 휴대전화도 품질은 다 좋다. 하지만 삼성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색깔 등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이는 '꿈의 사회'가 시작됐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또 "글로벌브랜드가 커지면서 작은 브랜드들은 없어진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빗나갔다"며 "지역적인 특색에 맞춰 소수의 소비자에 집중하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미래 사회의 특징은 뭔가.

"상품보다 가치를 사는 시대다. 10년 후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싶어할 것 같나. 먹을 것? 이미 충분하다. 큰 차? 차도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의식주가 해결되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탈물질주의 시대가 되면 일반 상품에도 문화적 가치가 덧입혀져야 각광받는다. 다양성도 미래 사회의 특징이다. 관광을 예로 들어보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초고층 건물, 대형 호텔, 첨단 패션 등은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한다. 관광객들은 그 나라 고유의 가치가 반영된 도시를 보고 싶어한다. 기술이나 서비스는 세계화될 수 있지만 가치는 세계화될 수 없다. 한국은 한국적인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적인 가치를 어디서 찾아서, 어떻게 개발시켜야 하나.

"'뿌리'를 뒤져 '이야기'를 찾아라. 고유 역사와 신화, 전통문화 등이 뿌리가 된다. 우리는 미국 서부개척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미국 영화의 영향이다. 다른 나라들도 이렇게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신라시대 화랑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참 흥미진진한 소재다. 또 어떤 회사라면 잊혀졌던 설립자의 창립 정신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것이다."

-미래사회 한류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인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라. 광고회사에서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가을이었다. 나뭇잎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는데, 안내하는 분이 '정말 아름답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 사람 자신이 확신을 갖고 물었기 때문에 내게도 감동이 왔다. 또 전통주를 만드는 인간문화재 할머니를 만나 대대로 내려온 주조법에 대한 이런저런 뒷얘기를 들을 기회도 있었는데, 그 할머니의 열정과 진실성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티모시 맥 세계미래회의 회장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한국의 이미지는 평화.차분함.우아함 등 미래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부합됩니다."

티모시 맥(62)은 "만약 2014년 동계올림픽을 한국이 유치한다면 한국 문화의 매력을 세계에 알려 한류를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문화는 아직 서구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게 한국 문화를 세계 시장에서 통하게 하는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서는 '조용하다'는 가치가 뜬다는 말인가.

"그렇다. 현재 사회에서는 '효율성'이 아주 중요한 가치다. 물질에 대한 끝없는 열망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휴식과 고요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너무나 많은 일을 수행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로 병에 들었다. 이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분명히 생긴다. 또 고령화에 따라 노인층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여유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선 '한류의 위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든 대중문화는 유통기한이 있다. TV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지금 위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현재 위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새로운 걸 개발해야 한다."

-다음번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한국 문화는 뭐가 될 것으로 보나.

"관광 아닐까. 한국사람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2년 전 첫 방한했을 때 한국인들이 보여준 환대.호의.정직함 등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떤 나라는 역사나 건축물.관광지 때문에 한번은 방문하지만, 사람들이 끄는 힘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게 된다. 또 한국에서 매년 열리는 머드 페스티벌과 소싸움 등은 독창적인 문화로,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마침 관광은 고령화와 맞물려 수요도 급격히 늘어난 분야다."

-고령화가 미래사회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이나 유럽 등 고령화 현상이 심한 나라에서는 노동력 부족 때문에 젊은 노동자들의 대규모 이민을 받아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런 이주 현상은 각 나라의 문화와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각각의 문화를 잘 조화시켜 새로운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불교.유교.기독교가 갈등 없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흔치 않은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그런 문화융합현상이 선진국 위주로 이뤄지진 않겠는가.

"아니다. 20세기 서구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누구나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등하게 참여하면서 만들어갈 것이다. 각 지역의 문화가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각 문화들이 결합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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