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못보면 소설보지' 변종 음란UCC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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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연재소설 몸 파는 여자 #32'

"한국에는 매춘하는 여자가 많을까요, 강간하는 남자가 많을까요?"

포털사이트의 음란 UCC(사용자제작콘텐트)가 보다 교묘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노출사고로 문제가 된 동영상 뿐 아니라 적나라한 성관계 장면을 묘사한 연재소설과 수기 형식의 음란물, 나아가 비정상적인 성(性) 문제를 다룬 인터넷 여론조사 형태로까지 변형.확산되는 추세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란UCC.

26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음란UCC [몸을 파는 여자] 최종회.

야후.다음 등 유명 포털사이트의 음란동영상 노출 사고로 정부의 '인터넷 음란물 차단대책'이 발표된 26일. 다음 KIN게시판에는 여전히 사이버 연재소설 '몸을 파는 여자'가 공개돼 있었다. 요사이 붐을 이루는 소설 형식의 음란UCC다. 여성을 성적 도구로 대상화하며, 성관계.성매매.폭력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고정 팬층까지 확보한 이 음란UCC의 편당 평균 조회수는 1800회 안팎. 올초부터 35회에 걸쳐 연재됐으나 별도의 관리감독은 없다. 26일 등록된 완결편도 수 시간만에 조회수 2000여회을 넘봤다. 이외에도 '은행 여직원 꼬시기 대작전' 등 유사한 음란UCC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황당한 인터넷 투표도 빈번하다. '우연히 자위행위중인 남성을 본다면' ' 강간하는 남자가 많을까 매춘하는 여자가 많을까' '유흥아르바이트는 어느선까지 하는 게 좋을까' 등 상식 이외의 질문들이다. 질문도 황당하지만 선택지도 문제다. 일부 질문엔 "강제로 성관계를 한다" "몰래 찍어 음란사이트에 판다" 등 성범죄를 부추기는 답변까지 등장한다.

네이버 등 다른 포털사이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성폭행' '첫 경험' 등의 제목으로 성범죄 피해 당사자를 가장한 수기 형식의 음란UCC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 UCC는 클릭하면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UCC를 가장한 호객행위인 셈이다. 음란물 접근 차단을 위한 금칙어 제도는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야동은 '얃홍'으로 포르노는 '폴흐노'로 바꿔 입력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간 뒷짐을 져온 각 포털사이트는 뒤늦게 ▶모니터링 작업 강화 ▶인종별로 구분된 피부색이 일정 비율 이상 드러나는 UCC 단속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하루 1000만 명 이상이 오가는 메가 포털의 현실을 고려하면 실효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변종으로 진화해가는 음란UCC를 단속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음란UCC가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서이종(47.지식.정보사회학) 교수는 "사이버 세계에서 음란.폭력물을 지속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왜곡된 가치관을 유지해 장기적으로는 사회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클리닉 신동원 교수는 "요사이엔 청소년 뿐 아니라 영유아들도 인터넷으로 음란물을 접하고 상담해 오는 사례가 있다"며 "이들을 아우르는 대책이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8곳이 공동 발족한 여성폭력추방공동행동은 "음란UCC는 여성비하.여성의 성적 도구화.폭력 정당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여성 인권'을 중심에 둔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26일 포털사이트 다음 게시판에 올라온 인기UCC 목록. ‘몸을 파는 여자’음란UCC가 상위권에 진입해있다.

유명 포털 사이트 게시판 순위를 점령한 음란UCC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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