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남방송 부드러워졌다/「합의서」이후 어떻게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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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친미파쇼세력”등 직접비방용어 자제/“돈잔치선거”비난… 아직은 더두고 봐야
남북합의서 채택이후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송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연말이후 휴전선지역 확성기방송을 통해 그동안 상투적으로 사용해왔던 「괴뢰도당」「친미파쇼세력의 장기집권음모」「미제의 용병」등 대남 비방을 중지했으며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나 반정부적 선동발언도 두드러지게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이 올해로 예정돼 있는 4대선거일정과 관련,『돈잔치로 인민의 대표를 뽑는 졸렬한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는등 아직도 근본적인 변화를 예상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송은 비록 완만하지만 90년이후 대체로 유화적인 논조로 변해왔으며 지난 연말을 고비로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남북합의서 채택이후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언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월19일로 예정된 합의서 발효와 함께 양측은 휴전선일대에서의 심리전방송을 중단하도록 되어 있으나 국방부는 현재로서는 방송중단에 신중한 자세다.
그것은 대북방송의 내용이 북한체제를 비방·중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 40만∼50만명에 이르는 북한지역 청취자들을 상대로 외부세계에 대한 기본이해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 수단이 평양방송·구국의 소리방송·민중의 소리방송 등으로 다양한데 비해 휴전선일대의 확성기방송만을 유일한 채널로 확보하고 있어 양적으로 열세인 상태.
국방부 관계자는 『한때 리스카시 주한미군 사령관도 우리측에 대해 일방적으로 대북심리전방송을 중단할 것을 제의한 바 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당시 우리측은 북한이 만약 태도를 바꿔 비방·중상방송을 해올 경우 대북방송을 다시 재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므로 섣불리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고 밝혔다.
우리측은 현재 1백55마일 휴전선일대 약 1백여개소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하루평균 15시간정도(북측은 17시간)의 대북 심리전방송을 통해 국내외 뉴스는 물론 대중가요를 비롯한 각종 음악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휴전선 북측 인민군이나 주민들의 경우 가사내용이 알아듣기 쉬운 순수 우리말 노래,예컨대 『아 대한민국』 등과 같은 경쾌한 노래를 대부분 선호하고 있으며 실제로 북한사회에서 은밀히 유행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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