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괴로운 알레르기

중앙일보

입력

취업시험을 한 달 여 앞둔 염지은(23)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릴때 부터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었던 그는 주책없이 쏟아지는 콧물과 재채기 때문에 휴지를 손에 달고 살 정도다. 머리가 지끈거려 책을 봐도 집중할 수가 없다. 게다가 조용한 도서관에서 그의 잦은 기침에 인상을 찌푸리는 주변인들이 연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급기야 그는 다니던 도서관도 끊었다.

꽃이 흐드러지고 부드러운 바람에 마음이 들썩이는 봄이다.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황사와 꽃가루, 자외선 등으로 염 씨와 같은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고통의 전주곡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알레르기란 우리 몸이 특정 원인에 대해 이상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항원에 대한 항체 반응으로 설명되는데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이 잘 걸린다. 복숭아 한 쪽만 먹어도, 복숭아 껍질만 만져도, 사과주스 한 모금만 마셔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다면 사과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한다. 항원에 대한 해독작용으로 항체가 생기고 이 항원항체 반응이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다. 이 염증반응이 코에서 일어나면 알레르기 비염, 피부에 솟아나면 아토피, 기관지에서 일어나면 천식이 된다.

한의학에선 알레르기라는 용어 자체는 없지만 효천.해수(천식), 비체.비구(알레르기 비염), 태열.은진.선(아토피) 등 증상에서 이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한의학에선 알레르기의 이론적 근간을 기(汽)에서 찾는다. '정기존내 사불가간(正 汽存內 邪不可干)'이라 하여 인체의 기가 강하면 병원균이 침범하지 못하며, 면역체의 저항력이 강하면 병원체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병원체나 항원이 침입한다고 모두 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항력이 약해지거나 기가 약한 사람에게서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난다는 것.

알레르기 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체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확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소홀하면 아이들은 감기 등 잔병치레를 하고 성장부진도 보인다. 청소년의 경우 지구력.집중력은 물론 체력까지 떨어져 학습능력이 부진해진다. 어릴적 질환이 성장후까지 이어져 업무능력을 떨어뜨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일으켜 정신적으로도 위축되는 어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경희대 한방5내과 이형구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은 평생 관리하고,신경 쓰고, 더 진전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생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꼴이 된다고 한다. 알레르기를 관리질환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의학계는 국내 알레르기 환자수를 600만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엔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알레르기 환자들이 점점 급증하는 추세. 특히 중국에서 불어오는 요즘 황사는 그 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마스크도 뚫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교수는 "알레르기 환자들은 황사. 꽃가루 등 원인이 되는 환경을 피하고 강한 외기에 맞설 수 있는 강한 면역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의학에서 알레르기 질환의 관리는 위기, 즉 저항력을 키워주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알레르기의 양방치료가 예방요법. 회피요법. 약물요법 등으로 이뤄지는 것과 다르다.

비염을 예로 들어 봄에만 증상이 나타난다면 봄 외의 계절에 적극적으로 예방해 다음해 봄 증상을 약하게 하거나 아예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증상이나 체질에 따라 맥문동, 천문동, 황기, 오미자 등의 단미제만으로 듣는 경우가 있지만 탕제를 주로 처방한다. 탕제의 경우 비염은 소청룡탕.가미보중익기탕.통규탕을, 천식은 맥문동탕.청상보하탕.소청룡탕.해표이진탕을, 아토피는 온청음.방풍통성산.청기산 등을 처방한다. 또 기의 흐름이나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침이나 뜸.진액요법 등 보조요법을 쓰기도 한다.

30여년간 알레르기 질환의 다양한 한방치료 경험을 갖고 있는 이박사는 "증상과 체질에 따라 약재나 양이 다르긴 하지만 문동탕.소청룡탕.해표이진탕 등은 면역력을 키우는데 가장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문의 02-958-9133 , 도움말=경희대 한방병원 5내과 이 형구 교수]

◎ 자문의 약력: 現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경희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 5내과 교수
대한 한방 알레르기 면역학회 명예회장
전국 한의과대학 폐계내과 교수 협의회 회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역임
경희 한의과대학 분당한방병원장 역임
전국 한의과대학 교육협의회 회장 역임
저서 '튼튼하고 총명한 자녀 만들기'

◎ 먹으면 알레르기 질환을 개선시켜 주는 음식들

모든 약제는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가벼운 알레르기 질환엔 민간요법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천식환자들은 담백한 음식을 먹을 것을 권한다. 단맛 매운맛 짠맛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더 많은 가래가 만들어지고 점조도도 높혀 가래의 자연스런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가래낀 기침엔 배시럽 연근즙이 좋다. 연근즙의 비린 맛이 싫다면 생강즙으로 대신할 수 있다.

머위는 우리 몸의 저항력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짧게는 천식을 완화시켜 주고 오래 복용하면 체질을 개선시켜 허약체질이나 알레르기 체질로 인한 기침을 잦아들게 해 준다. 잎보다는 꽃을 이용하는데, 하루 양으로 20g이 적당하다. 차처럼 끓여 마셔도 좋고 바싹 말린 것을 가루내어 밥에 비벼 먹어도 된다.

노인들의 해소 천식엔 마늘물엿이나 오과차가 잘 듣는다. 오과차는 은행(15개),호두(10개),대추(7개),생밤(7개),생강(1쪽)을 한데 넣고 충분히 끓여 꿀이나 흙설탕을 타서 차처럼 마신다.

도라지 달인 물이나 모과.영지버섯.은행도 천식에 좋은 효능을 발휘하는 식품이다. 은행은 독소를 가지고 있어 볶아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이나 살구씨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들은 호흡곤란 등 병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한의사와 상의 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이라면 단연 감을 꼽을 만하다. 특히 감잎에 비타민 C가 더 풍부해 이를 차로 달여 마시면 감기로 인한 기침을 완화시켜 준다. 감은 다른 과일엔 없는 비타민 A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막고 꾸준히 먹으면 몸의 저항력을 높여준다.

약재로 사용하는 감국꽃은 차나 술에 담가 마시거나 튀김옷에 입혀 지져 먹을 수 있다. 파뿌리와 생강을 함께 달인 물도 기침을 잦게 해 준다. 배추속대는 국을 끓여 마시면 감기예방은 물론 정장작용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엔 야채와 해조류를 충분히 배합한 균형있는 식사가 권장된다. 토마토와 양배추, 감자가 좋으며 너무 많은 당분은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창이자라 불리는 도꼬마리씨는 프라이팬에 볶아 하루 10g씩 물 500cc에 넣고 반으로 졸여 차처럼 마시면 좋다. 대파의 아래 흰부분은 감기 뿐 아니라 비염의 코막힘 증세에도 잘 듣는다. 대추와 생강을 조금 넣고 함께 끓여 마시면 된다.

◎ Tip! 알레르기 질환 예방 수칙

- 적당한 온습도를 유지한다. 온도는 20~24도가 습도는 20~60%가 적당하다.

- 집먼지 진드기를 없앤다.

- 환기를 자주 한다. 밤이나 이른 아침, 20~30분이 적당하다.

-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잦은 외식과 패스트푸드는 우리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파래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강추!

- 꾸준히 운동한다.

- 물 대신 결명자차, 우롱차, 현미 등 차를 먹는다.

- 된장 김치 등 발효음식을 먹는다.

- 숙면을 취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 맥문동탕 등으로 저항력을 키워 감기나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 과식.과음. 담배는 삼간다.

- 방부제. 화학조미료. 인공색소가 가미된 식품은 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