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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강골의 이우치, 도쿄지검 특수부장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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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사는 배부른 돼지가 아니라 굶주린 늑대가 돼야 한다."

지난 5일 일본 도쿄(東京)지검 특수부 최고사령탑에 임명된 이우치 겐사쿠(井內顯策.54) 특수부장은 "어려운 사건에 부닥칠 때마다 선배들로부터 들어온 이 말을 항상 떠올린다"고 밝혔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정치인.고위관료.최고 경영자 등 일본 지도층의 비리를 파헤치는 부서다.

이 특수부는 1976년 당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미국 록히드사 뇌물 수수 사건'으로 기소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중학생 때 TV에서 본 재판 관련 드라마에 영향받아 변호사를 지망했지만, 사법연수원생 시절 록히드사건을 지켜보면서 검사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당시 검찰의 기개에 반했다"고 말했다. 이우치 부장은 네차례에 걸쳐 8년간 이 특수부에서 부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가네마루 신(金丸信) 자민당 부총재 탈세 사건(92년) 등 굵직한 사건을 여럿 담당했다.

그는 엘리트형 검사보다 우직한 검사를 높게 평가한다. 요령보다는 철저한 증거수집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형무소 관리들의 수형자 폭행사건 조사팀장을 맡았을 때는 3개월 동안 사무실에 칩거하면서 지난 10년간 전국 형무소에서 숨진 수형자 1천6백여명의 자료를 모두 조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별명이 '순간 급탕기'일 정도로 다혈질이다. 비리사건으로 조사받던 무라카미 마사쿠니(村上正邦) 전 노동상이 "거짓말이면 국회에서 배를 가르겠다"고 말하자, 그는 "여기서 갈라봐라"고 맞받아친 일화도 있다.

그는 후배 검사들에게 "인간은 모든 것을 경험하거나 알 수 없기 때문에 피의자 등 타인이나 책을 통해 사회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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