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유행가 컴퓨터로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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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학교에서 돌아온 대학생 L모군이 자신의 퍼스널 컴퓨터앞에 앉는다. L군은 다시 컴퓨터 화면을 통신용 화면으로 전환시킨뒤 컴퓨터속에 내장돼있는 모뎀을 통해 자신이 가입한 컴퓨터통신망의 「전자게시판」을 선택한다. 다시 11번 키를 누르고「유머난」을 끌어들인다.
화면 위에는 전국 각지역에서 만들어진 우스갯소리들이 일련번호순으로 떠오른다. 요즘 유행하는「5공 토플」의 한 토막.
『5공의 모씨가 영어시험을 봤다. 그는 영어답안지를 내고는 의기양양하다. 그의 답안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Nice to meet you→너 잘만났다▲See you again→너 두고 보자▲Yes, you can→그래, 너는 깡통이다 ▲How do you do→너 나한테 어떻게 그럴수 있니….
최근들어 대학생과 초·중·고생들 사이에 우스갯소리가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전국에 동시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흥미를 끌고, 특히 이러한 경향은 위성수신방송·컴퓨터 통신망등을 이용해 경쟁적으로「정보」를 수집, 과시하는 「퍼래벌라세대」의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여름부터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급격히 번지기 시작한 「최불암시리즈」는 그 단적인 예.
이전의 「참새시리즈」「람보시리즈」등이 1년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서울의 대학가에서 지방으로 번지게 되는 것과는 달리 이들 신종 우스갯소리들은 컴퓨터통신망을 타고 단시일내에 전국의 대학생과 초·중·고생, 심지어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서울광운대 이모군(20·국문1)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알면 알수록 인기를 끌게된다』며 『학과후 쉬는 시간에는 전날 컴퓨터에서 새로 익혀두었던 「최불암시리즈」이야기로 웃고 떠드느라 실내가 시끄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불암시리즈」는 컴퓨터통신망의 「유머난」을 통해 3백여편이상의 「작품」 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5공 토플」도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고르바초프·부시등 정치인과 최진실·유인촌·최주봉등 국내인기연예인등을 소재로한 「유명인물 시리즈」가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날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
이같은 현상에 대해 경희대국문과 서정범교수(62)는 『젊은이들 사이에 구두로 번지던 유행어·우스갯소리들이 컴퓨터를 통해 넓은 지역에 동시적으로 전파되는것은 속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들 우스갯소리들이 권위에 대한 해체·거부감등을 표시하는등 우리사회의 심리구조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새세대들에 의해 새형식으로 계속 만들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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