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시체면 세워줄지 관심/부시 방일앞두고 대책마련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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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미 흑자 줄이기 최대한 협조 정부/미 고압적 자세에 “기분나쁘다”재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 고용창출을 위해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하는 것이 방일목적이라고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10억달러의 새로운 상품수출은 2만명분의 직업을 창출한다고 숫자까지 열거했다. 3대자동차 메이커수뇌등 경제인을 대동하는 것도 지금까지 전례에 없던 일로 이는 닫힌 일본시장을 열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태세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 11월27일 일본을 방문할 생각이었던 부시 대통령은 현안을 놓고 얼굴을 붉히기보다 이른바 동경선언이라는 화려한 외교적 쇼를 벌일 생각이었다. 진주만 50주년을 맞아 이른바 세계적규모의 협력관계(글로벌파트너십)라는 새로운 미일협력관계를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종전의 태도를 바꿔 미국의 경제불황을 시인하는 등 경제난 해결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시급해진 부시 대통령은 다시 살아난 이번 방문계획의 성격을 화려한 외교로부터 통상문제 해결쪽으로 바꿨다.
지난 19일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일본이 자동차·쌀등 미일무역마찰의 해결책을 내놓도록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국가원수가 외국을 방문하기전 품목까지 들어가며 상대방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사실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사실 지금까지 일본은 외교적 교섭에서 항상 모호한 표현으로 무언가 주는 듯 하고서는 실무협상에서 이를 거부하는 수법을 잘써왔다.
또 일본의 권력구조 자체가 정치가·관리·재계등 여러군데로 분산돼 어느 일방의 결단만으로는 정책이 집행되기 어렵다. 일본의 이같은 특성때문에 일본정부는 외교적 교섭결과에 대해 상대국 정부처럼 책임을 지지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교섭에서 수석대표간 합의로 문제가 일단락된줄 알고있다가 실무교섭에서 왕왕 낭패를 보는 이유도 이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일구조조정등 그동안의 대일교섭에서 일본의 이같은 협상자세때문에 골탕을 수없이 먹은 미국인지라 이번만은 하면서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야자와(궁택희일)총리는 22일 미 국무차관 및 보좌관의 예방을 받고 「부시 대통령의 방일성공을 위해 준비를 추진해나가겠다」며 경제마찰해소에 의욕을 표명했다.
로버트 제리크 미 국무부 경제 및 농업담당차관은 방일에 거는 부시의 기대를 담은 친서를 전하며 쌀·자동차부품 뿐만아니라 컴퓨터·반도체·판유리·종이 등도 언급,일본의 수입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가능한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무언가 선물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나 22일 와타누키(면관민보)간사장등 자민당 4역과 가토(가등) 관방장관은 자민당본부에서 우루과이라운드(다자간무역협정)대책회의를 갖고 관세화에 의한 예외없는 쌀시장개방반대라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미국과 유럽공동체간에 이견조정이 계속되는 등 아직 관세화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재계대로 미국의 이같은 고압적 자세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부시대통령과 같이오는 자동차메이커 수뇌는 자기네 제품이 왜 안팔리는지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경쟁력약화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도 18일자 사설에서 미대통령의 재계인사동맹이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 외무성 소식통은 『정부수준에서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실토했다.
미야자와 총리가 부시 대통령에게 줄 선물을 어떻게 결정할지 두고 볼일이다.<동경=이석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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