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쉬워 내신이 당락가름/92전기대입시 출제를 보는 각계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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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잘됐다”“지나쳤다” 엇갈린 평가/과열과외 없애고 학습포기 줄여/고교/난이도 매년 달라 수험생에 혼선/학원
92학년도 전기대 학력고사가 끝나자 예상밖으로 쉽게 출제된 시험문제에 『잘됐다』『지나쳤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번처럼 대입고사가 쉽게 출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입장이나 비판하는 측은 대입선발고사로서의 변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시결과 이번 학력고사는 점수비중이 높은 국어·영어·수학이 특히 쉬웠으며 다소 까다로웠던 과목은 국사·불어·화학 등 전체20여개 과목중 극히 일부뿐이었다.
어느해나 출제위원들이 밝히 난이도와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왔던게 사실이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일치했다.
출제위원회가 쉽게 출제했다고 한 수학·영어는 물로 『필수과목과 균형을 맞추기위해 난이도를 다소 높였다』고 출제위원회가 밝힌 제2외국어·실업 등 선택과목까지도 『지난해보다 쉬웠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반응이었다.
일부 상위권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들의 특기과목(?)인 수학과 영어가 너무 쉬워 큰일이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학력고사 사상 가장 쉬운 수학은 만점자가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교 진학지도교사와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상위권대학에서는 고득점자가 쏟아지면서 합격선근처에 합력고사 동점자가 크게 몰려 내신성적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상위권대학에서는 학과간에 합격선의 평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학력고사의 난이도를 고득점자가 많았던 83년·87년과 비교하기도 하고 학력고사사상 가장 쉬웠다고 하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수준은 학력고사의 출제를 맡고있는 중앙교육평가원(원장 오덕렬)의 출제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조정된 결과로 밝혀졌다.
중앙교육평가원측은 이번 학력고사를 대학수학적격자의 선발기능과 고등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목표에 충실하도록 출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이같은 원칙은 비단 올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동안 수험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출제방식과 난이도가 이같은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고 특히 고교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는 과외가 점차 과열되는 양상을 띠어 올해는 과감하게 쉬운 문제를 출제했다는 것이다.
평가원 이해영 사회교과실장은 『과외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그릇된 기대감을 없애기위해 특히 국어·영어·수학을 쉽게 출제했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또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목표아래 단위별로 수업시간 비중에 맞춰 골고루 문항수를 배정했으며 과거의 문제와 비교해 변별도를 검증함으로써 선발고사로서의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입시관계자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다.
대성학원 홍성오 원장은 『학력고사의 난이도가 최근 몇년동안 고저를 반복하는 해거리현상을 보여왔지만 그 폭을 벗어나면 예측이 불가능해 혼란이 온다』며 『특히 올해처럼 쉬울 경우 수험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별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어·영어·수학 등은 일정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 임원호 교사(수학)는 『문제가 아무리 쉬워도 합격여부는 등수에 따르는 것이므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오히려 전반적인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특히 수학·영어 등 필수과목을 포기하는 비교육적인 현상을 줄일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연간 비용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과열과외를 해소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대입선발고사의 난이도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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