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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일요일에 치르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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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통 혼잡을 넘어서 교통 대란속에서 17일 대입시험을 치른 학생이나 학부모로서는 언제까지 이런 조바심과 혼란속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느냐에 깊은 탄식을 금하지 못했을 것이다.
10년동안 쌓아온 형설의 공이 하루아침 전철사고로 무산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시험 당일 밤잠을 이루지 못한 학부모와 학생은 새벽 5시 이전부터 집을 나서야 한다.
승용차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그중에서도 전철을 이용하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어제의 수인선은 때맞춰 한마리 까치때문에 두시간이 넘게 불통이었다. 전철 한구간의 불통은 연쇄적으로 대학주변과 도심에까지 영향을 미쳐 어느해 입시날보다도 더 큰 혼란과 입실시간 연기라는 사태까지 빚었다.
문제는 17일의 입시 교통혼란은 어제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라 10년 넘게 겪어온 입시혼란이었고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교통량이 급증하는 추세속에서 입시 당일의 교통문제는 이젠 더이상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현안으로 제기되었다.
지금까진 교통문제 하나만으로 중대한 학사일정을 변경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그런대로 설득력을 가졌지만 이젠 그런 명분이 통할 수 없을만큼 수도권의 교통은 지리멸렬 상태에 이르렀다.
17년이 넘도록 보수 한번 하지않은 전철에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눈이 내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겨울 날씨에 비가 아닌 눈까지 내렸다고 가정한다면 당일의 입시 자체가 무효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의 교통현실이 아닌가.
90년 한해 늘어난 차량이 70만대이고 올해엔 80만대 이상의 차량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천지개벽의 대변화가 없는한 내년의 도로 교통사정은 지금보다 악화되면 되었지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
여기에 금년부터 수도권 이공대 학생증원으로 2천명의 정원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수도권 대학지원자 숫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몇년간 전철시설의 획기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차량과 입시생이 수도권에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뻔히 내다보면서 어째서 일요일 입시를 검토하려는 생각을 하지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입시 교통혼란을 치르고 난 다음이면 일요일 대입 시험안이 거론되었지만 입시홍역을 치르고 나면 그때가 언제였냐는 식으로 똑같은 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젠 더이상 늦출 만큼 여유가 없게 되었다.
입시 당일 관공서와 기업체·학교의 출근시간을 늦추는 일도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일요일 입시관리에서 오는 재정적 부담은 오히려 그보다 적은 손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재정적 부담을 따지기에 앞서 평일 입시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 있을 만큼 수도권 교통은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늦었지만 내년 대학입시라도 12월중 일요일에 치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그에 따를 문제점과 보완책을 치밀하게 연구하기를 교육부에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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