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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보장 합의서교환」 플래카드 눈길/92 대입시험날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고교후배들이 나와 “선배합격기원” 고사/맹인수험생 답안 점역사가 컴퓨터 입력/반대방향 버스탔다 순찰차로 지각 모면/자신없어 원서못내곤 “재교부하라” 생떼
○…서울대 정문과 주변게시판에 재학생·고교후배 등이 내건 격문·플래카드 가운데는 「긴급속보 서울대­제물포고합격보장합의서 교환」「근정고의 서울대 진입을 끝까지 반대한 고르비 결국 실각」「연총리와 함께 합격의 축배를,형설학원」 등 최근의 국내외 정치상황을 빗댄 문구들이 많아 눈길.
「광주과학고 이게 뭡니까,이렇게 많이 붙어도 되는겁니까」「공주사대부고 붙어도 괜찮아유」「단지 그대가 동북인이라는 이유만으로」「합격을 그대에게,전북사대부고」 등 최근의 코미디 유행어를 비롯,CF송·영화제목 등을 딴 격문도 나붙었다.
○막걸리 제사상 마련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강원대 후문입구에는 동문회 및 각 학교 재학생·학부모 등 1천여명이 몰려 교가·구호 등을 외치며 수험생들을 격려.
춘천 성수고 재학생 20여명은 오전 7시40분쯤 돼지머리에 막걸리로 제상을 마련,선배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장애인 고사장 마련
○…각 대학에서는 환자나 지체부자유 수험생들을 위해 별도 고사장을 마련.
성균관대에는 뇌성마비환자인 신재선군(19·검정고시)과 시각장애자이 윤재훈군(18) 등 2명이 학교측의 별도로 마련한 교내 문과대 2층 강의실에서 응시.
이들은 지체부자유자 수험규칙에 따라 신군은 정상수험생보다 20분,윤군은 1.5배씩 각각 시간을 연장해 시험을 치렀다.
특히 윤군의 시험에는 맹인전용 「점역사」 2명이 동원돼 윤군의 시험답안을 컴퓨터에 옮겼다.
또 고려대에서는 전파공학과를 지원한 이주성군(18·군산 제일고)이 지난달 받은 폐수술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로 시험을 보게되자 공대 5층 입시본부장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
한편 강원대 토목공학과에 응시한 정상국군(19·서울 온수고)은 며칠전 폐수술을 받아 학교측이 별도의 고사실을 마련했으나 본인이 자기 자리에서의 응시를 고집,학교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을 비상대기토록 조치했다.
○…오전 7시45분쯤에는 경희대로 향하던 강원도 춘성고3년 김상복군(18)이 반대방향의 버스를 잘못타 신설동네거리에서 허둥대다 동대문경찰서 소속 순찰차에 발견돼 지각의 위기를 모면했다.
○일 TV도 현장취재
○…연세대에서는 일본 아사히TV카메라팀이 학부모들이 정문에 엿을 붙이는 장면과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등을 취재.
취재를 진행한 아사히TV 서울지국장 메즈 마사키씨(45)는 『한국이 고학력사회라는 말을 실감하겠다』고 촌평.
○…이번 전기대 입시에서는 전국의 새마을지도자들도 수험생 민박봉사와 수송활동에 한몫.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전국의 새마을 지도자 1천50가구가 수험생 2천7백39명에게 민박을 제공하고 일반가정 2백93가구에 5백58명을 알선했다는 것.
○대전역도 수송 비상
○…대전지방철도청과 대전경찰서 역전파출소는 대전지역 대학에 응시한 서울수험생들이 전철 정전사고로 대전에 늦게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방범순찰차와 개인택시를 동원해 시험장까지 긴급 수송.
철도청측은 이날 서울발 대전행 임시열차의 도착시간이 7시58분인데 경수전철 정전사고로 이 열차에 탄 수험생 6명이 15분쯤 늦어진다는 무선연락을 받고 대전역전 파출소소속 112순찰차 1대와 개인택시 2대를 동원,이들을 고사장까지 무사히 수송,시험을 치르게 했다.
○새벽 4시40분 입실
○…서울대에선 이날 내린 비로 교통체증을 우려한 수험생 50여명이 오전 3시쯤부터 학교에 도착,각 고사장 주변에서 비를 맞으며 초조한 모습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자 대학측은 고사본부에 시험지배부가 끝난 오전 4시40분쯤부터 고사장에 입실할 수 있도록 배려.
○집안식구엔 거짓말
○…대전 한남대에서는 충남 N여고 윤모양(18)이 시험시작 30분전인 오전 7시40분쯤 수험관리본부인 교무처를 찾아와 이 학교 문과대 국문과에 지원,어제 수험표를 교부받았으나 잃어버렸다며 재교부를 신청했으나 학교관계자들이 수험생명부를 찾아본 결과 윤양의 이름이 없어 한동안 소동을 벌였다.
학교 관계자는 30여분 동안 소동을 벌이다 윤양을 추궁한 결과 올해 N여고 졸업예정인 것은 확실하나 입시원서는 접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뺘와 함께 이날 한남대를 찾은 윤양은 『집에는 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으나 사실 자신이 없어 원서를 아무곳에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꼭 이대학 국문과에 시험을 볼 생각』이라며 눈물을 글썽.
○교통사고 당하고 응시
○…오전 7시쯤 숭실대 화공과를 지원한 박광수군(20·재수생)이 서울4파 6440호 영업용 택시를 타고 시험장인 상도중학교로 오던중 창경궁입구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얼굴등을 크게 다쳐 강남성모병원으로 긴급 후송.
박군은 이날 부상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겠다며 상도중학교까지 갔으나 이 학교 양호교사가 응급조치한 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시험을 볼 수 없다고 판정,곧 후송됐으나 정밀진단결과 뇌에 손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2교시부터 시험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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