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증대엔 "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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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지난해 3월부터 3년간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달 10일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가 자유무역에 기반한 WTO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최종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등 주요 국제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입지가 좁아진 미국이 WTO의 최종 결정마저 무시할 경우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 힘들어 WTO의 판결을 수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유럽연합(EU)이 22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를 천명했고, 일본.중국.스위스.노르웨이 등이 유사한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자칫 세계 통상 마찰이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백악관의 발표가 나온 뒤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던 방침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으며, 일본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세이프가드 철회로 대미(對美) 철강 수출이 1억7천만~1억8천만달러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安국장은 "세이프가드 조치들이 WTO 소송에서 잇따라 패해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 대신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를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하기는 쉽지만 기간을 연장하기 어려운 반면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 조치는 발동은 상대적으로 어려우나 기간을 연장하기 쉽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철회로 일단 대미 수출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수출 증대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철강 제품을 수입하는 나라 가운데 중국이 최대 시장이고, 이어 동남아.일본 순이며 미국은 4위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철회는 수출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자국 업계 보호를 위해 새로운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어 대미 수출 물량이 쉽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5일 한국 증시에서는 연합철강(+4.3%)을 제외한 철강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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