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만 찾는 술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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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1월25일은 「세계 성폭력 추방의 날」이었다. 성폭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날에 즈음하여 몇몇 여성단체가 연합, 성폭력추방을 위한 여러가지 행사를 가졌다.
성폭력이라는 말은 법률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성(성)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유형 무형의 강제력 행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하면 흔히 「강간」「강제추행」등으로 대표되지만, 그외에 성적희롱, 가정내에서의 폭력 등도 포함된다.
얼마전 미국 대법원판사인준과정에서 그가 부하 여직원에게 성적희롱을 가했다는 혐의가 문제되어 미국은 물론 온세계의 관심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직장내에서의 성적희롱이 예사로 행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이를 당한 여성들도 대부분 창피하여 하소연도 못하고 그대로 넘어가게 된다.
얼마전 우리나라에 접대부가 65만명이나 되고 그중에는 10대들도 상당수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그런데 10대 소녀들을 고용한 업주의 이야기는 『손님들이 l0대들만 찾기 때문에 할 수 없이 10대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10대들을 찾는 수요자들은 바로 이 사회의 남성들이다.
자신들의 딸과 같은 나이의 어린 접대부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인지 묻고 싶다. 그 순간 그들의 머리속에 자신들의 자녀 생각은 전혀 나지 않는 것인지….
이처럼 수요자들이 10대들을 찾다보니 가출한 10대 소녀들 스스로 월수 l백만원이상 보장이라는 꾐에 빠져 접대부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10대들을 위해 주민등록증 위조와 무더기 허위 보건증 발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10대들을 찾는 수요자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인신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심지어는 사귀던 여자친구를 돈을 받고 팔아버리는등 인륜을 저버린·행위도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그런데 가출하여 유흥업소에 가게 된 10대 소녀들은 대부분 가정적으로 부모가 이혼하였다든지, 편모슬하라든지, 부모가 불화가 잦다든지 하여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 등으로 재판을 받는 10대 청소년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들 역시 가출소녀들의 경우와 같이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에서 청소년들을 포근하게 감싸주지 못하니 자연히 밖으로 나돌게되고 그러다가 행실이 좋지 못한 친구들과 어울려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출하게 된다.
이 사회의 기본구성 단위인 가정의 중요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가정이 화목할때 청소년들의 방황과 비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역시 건전하게 될 것이다.
이 사회에서 10대 접대부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고(수요자가 10대들을 찾지 않으면 된다)비행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바로 가정의 책임자인 어른들의 몫이다. 김삼화<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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