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연 과학 덕에 행복해졌나…'갈릴레오의 치명적 오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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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가? 지난 세기 철학계의 대표적 고민거리였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지식, 자고 나면 발전하는 기술 등 인류의 두뇌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됐지만, 인간은 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산다.

왜 그럴까. 파시즘.대량학살.환경파괴.살상무기 등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과학 때문일까. 물론 과학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 과학의 역할을 부정한다면 그는 시대착오자, 혹은 신비주의자다. 문제는 과학만능주의다. 과학만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1차원적 사고방식이다. 그것은 물질 지상주의와도 통한다. 인간의 내면, 심오한 영성을 부정하고 눈에 보이는 사물에만 집착한다.

서구의 근대사는 이런 잣대로 평가할 수 있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 과학혁명 이후 자연을 정복하고, 우주를 확장하며 인간의 활동폭을 넓혀왔다. 그러나 남은 것은 텅 빈 내면? 지금이야 상대성이론.양자역학 등 현대 물리학의 연구 성과로 물질과 정신(에너지)을 이분법으로 가르는 게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1백년 전만 해도 서구 사회에선 양자의 분리가 당연시됐다.

'갈릴레오의 치명적 오류'의 밑바닥에는 이 같은 비판 의식이 깔려 있다. '과학의 독과점'이란 좁은 세계관에 매몰된 현대 문명을 질타하고, 그 과학만능주의의 뿌리를 갈릴레오에서 찾는다. 저자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겼던 천문학자 갈릴레오의 행적을 찾아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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