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박물관장 공금으로 집 수리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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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워싱턴 소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장의 공금 유용이 도마에 올랐다. 집 수리비를 박물관 경비로 처리하고 소장품들로 사무실 안팎을 장식한 것이 탄로났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0년 취임한 로런스 스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장은 주택과 사무실 유지비로 지금까지 200만 달러를 청구했다.

WP는 스몰 관장이 자기 집 현관문 교체비로 1만5000달러, 샹들리에 청소비로 2535달러, 수영장 온수기 교체비로 4000달러의 공금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스몰 관장은 또 쓰지도 않은 돈을 장부에 기입해 공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5년 1월 박물관 지붕 수리비로 5700달러가 청구된 기록이 있으나 석 달 뒤 천장에서 빗물이 새 소장품에 얼룩이 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의심을 사게 됐다.

더욱 어이없는 점은 스몰 관장이 쓴 비용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외부 감사인도 수백 건의 거래를 누락시켜 관장의 부정을 덮으려 했다는 사실이다.

스몰 관장에 대한 의회 감사를 진행 중인 상원 재무위원회의 공화당 소속 찰스 그래슬리 의원은 "스몰 관장이 샴페인으로 치면 '돔 페리뇽'급의 사치를 즐겼지만 감사 자료 조작은 더 나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또 스몰 관장이 박물관 소장품으로 자신의 사무실을 장식한 사실도 지적하면서 "관장이 박물관을 자신의 성처럼 꾸며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스몰 관장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운영위원회의 로저 산트 위원장은 스몰 관장이 자기 재산 50만 달러를 포함해 11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재정 통제를 강화했으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박물관 업무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강변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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