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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한달새 9백85곳 폐업(골깊은 부동산침체: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주택업체 경영난 못이겨 부도 속출/토개공 조성한 땅까지 안팔려 몸살
부동산 경기가 「총체적 침체」국면에 들어갔다. 재산 증식수단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1년 사이에 이처럼 달라질 수 있겠는가 하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적어도 앞으로 1∼2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덕방」(부동산중개업소)은 부동산경기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그런데 이 중개업소가 지난 한달동안에만 전국에서 9백85곳이나 문을 닫았다.
1천곳에 가까운 업소가 한꺼번에 문을 닫은 것은 처음이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폐업 또는 허가취소된 업소수는 모두 4천2백86곳으로 늘어났다(중개업협회 집계).
전국 5만6천여곳의 중개업소중 10% 가까이가 올들어 문을 닫은 셈이다.
부동산경기의 침체는 건설업체·은행·지방자치단체들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서만 30여곳의 주택사업등록업체가 부도를 냈다. 이중 절반이상이 10월 이후의 부도업체다.
아파트·연립주택·상가 등을 지었으나 분양이 안돼 자금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땅이 안팔려 비상이다.
택지나 공장용지 등을 공영개발방식으로 조성했으나 분양이 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들은 이에 따라 지역연고가 있는 건설업체에 직접 공문을 보내 택지를 사줄 것을 부탁하거나 대금납부조건을 완화해 주는 등 「판촉전」에 나서고 있다.
미분양에 따른 타격은 토지개발공사가 가장 심각하다.
올해 팔기로 했던 택지,상업·업무용지 가운데 40% 정도밖에 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택지를 사간 주택업체들이 자금난을 이유로 땅값을 연체,연쇄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토개공은 이때문에 최근 1조원어치 이상의 각종 미분양용지를 선착순 수의계약형식으로 팔겠다고 내놓았다.
은행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가의 80%까지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었으나 담보인 부동산값이 떨어져 자칫 원금을 날릴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때문에 담보물을 서둘러 경매에 내놓고 있으나 원매자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되사는 경우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가에서는 한편 매물을 처분하기 위해 직거래·맞교환·경품내걸기 등 각종 기발한 방법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직거래는 부동산임자가 직접 신문광고나 반상회등을 통해 원매자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중개업소에 의뢰해봐야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직접 팔겠다』는 적극적인 발상이다.
물물교환으로도 불리는 맞교환은 돈내고는 살 사람이 없자 물건을 팔 사람끼리 교환한 뒤 차액만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거래양상이다.
또 연립주택·다세대·다가구주택 등에서는 TV등 가전제품은 물론 승용차까지 경품으로 내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등기이전등 부대비용을 파는 사람이 부담하거나 ▲일시불을 조건으로 시가보다 10∼20%까지 싸게 파는 등의 판촉전략도 등장,최근의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수요자시장」(바이어스 마킷)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광범하게 퍼져있기 때문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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