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특수공구 노조위원장 서갑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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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회사가 어려울수록 노사가 서로 믿고 힘을 합쳐야지요.』 드릴등 절삭공구제조업체인 한국특수공구(사장최병철·서울양평동)의 90여명 근로자를 대표하고 있는 서갑정노조위원장(42)은 노조를 9년째 이끌고 있다.
지난 54년 창립된 한국특수공구는 올해로 29년째 노조가 있지만 지금까지 파업등 극한대결까지 간적은 한차례도 없다.
노조는 지난 l월부터「제몫찾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등에서 값싼 물건이 마구 들어왔고 공구업체도 5개나 더생겨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어요. 지난해 회사매출액도 전년수준인 50억원에 머물렀습니다.』 서씨는 『근무시간중 현장이탈자제·불량률 줄이기등 근로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자는 취지에서 제몫찾기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6개월만에 불량률이 백개당 3.8개골에서 1.8개로 줄어들었다.
회사측은 이에 보답, 지난7월부터 생산장려수당을 신설, 근로자마다 매월 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노조는 또 근로자가 20여명 부족, 생산목표량을 맞추기 힘들자 회사측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매월 둘째·넷째주는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서씨는 그러나 『노사가 이같이 손발이 맞게 된것은 불과 3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노사간에 불신이 심했고 회사는 노조를 낮춰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노사화합의 계기는 지난 87년7월의 수재였다.
『1주일동안 회사가 물에 잠겼어요. 노조가 앞장서서 3개월동안 일요근무까지 하며 부족한 생산물량을 채워놓자 회사측의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그는 『88년부터는 회사측도 임금협상때 경영실적장부를 노조에 공개했고 중대사를 결정할때도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또 89년 주택복지기금을 신설했고, 노조는 올해 회사측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임금인상률을 지난해(21%)에 크게 못미치는 13.8%로 양보했다.
서씨는 이때문에 『한때 주위에서 「어용」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많은 중소사업장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정부·재계가 벌이고 있는「일더하기 운동」에 대해서는 『취지는 좋지만 전체 근로자가 게을러졌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될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글:오림영기자 사진:김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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