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옛날 맥도웰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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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프로농구 현대(현재 KCC)가 플레이오프 2연패의 위업을 이룰 때 조니 맥도웰(사진)은 승리의 보증수표였다. 맥도웰을 막을 선수가 없었기에 한국농구연맹의 외국인 선수 선발 기준이 바뀌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32세의 나이로 모비스에서 활약하는 맥도웰은 더 이상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가 아니다. 때로는 팀을 뒤집어 놓는다.

맥도웰이 4일 전자랜드와의 울산 홈경기에서 4쿼터 종료 9초 전 80-80 동점을 이룬 가운데 얻은 자유투 2개 중 1개만 넣었어도 모비스는 1승을 추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슛은 빗나갔고 모비스는 연장전 끝에 84-94로 패해 4승14패가 됐다. 여섯 차례 연장 승부에서 1승5패를 기록, '연장 필패'라는 불명예스러운 징크스도 만들었다.

중반까지는 '굽은 솔 대결'. 모비스의 R F 바셋(25득점)과 전자랜드의 제이슨 윌리엄스(24득점)가 명승부를 펼쳤다. 두 선수 모두 훈련 과정에서는 감독에게 신임을 얻지 못해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선수였다.

윌리엄스는 2쿼터에 12점을 몰아넣으며 파괴력을 뽐냈다. 그러나 바셋은 3쿼터에 11점을 털어 넣었다. 특히 모비스가 맥도웰의 슛으로 48-46을 만들며 균형을 깬 후 바셋이 연속 7득점하는 장면이 돋보였다. 전자랜드의 문경은(28득점)이 3점포를 꽂으며 버텼으나 바셋의 3점포가 터진 7분쯤 57-49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모비스의 흐름.

그러나 전자랜드의 유재학 감독은 애제자 문경은을 밑천 삼아 도박을 시도했다. 4쿼터 6분30초쯤 68-79로 뒤진 가운데 문경은이 연속골을 터뜨렸다. 79-80에서 최명도가 자유투 1개를 넣어 종료 48초 전 동점을 만들자 유감독은 모비스의 맥도웰에게 파울을 해 자유투를 내주는 승부수를 던졌다. 2점을 주고 3점을 넣어 이기겠다는 배짱이었다.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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