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삭감 무의미/KDI 재정통계자료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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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수 늘어 추경 짜집기 되풀이
국회가 92년도 정부제출예산에서 삭감한 3천50억원은 정부 예산안의 0.91%(일반회계기준)로 삭감비율로는 80년대 들어 세번째,삭감금액으로는 90년 예산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만든 재정통계자료집에 따르면 국회 삭감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여소야대시절이었던 90년 예산심의때로 정부제출예산 23조2백54억원중 1.5%에 해당하는 3천3백60억원을 깎아 삭감비율·금액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예산삭감이 국민의 조세부담 감소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뤄져 86년이후 해마다 예산을 깎고나선 더 들어온 세금을 주체못해 해마다 방대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짜왔다는데 있다.
올해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져 세출예산을 예비비등에서 3천50억원 줄이고 이에 맞춰 세입예산에서 관세 1천억원,세외수입 2천50억원을 줄였지만 세법개정도 안된 마당에 특히 관세수입이 줄리가 없다.
오히려 수입증가와 시장개방확대로 예산상 잡혀있는 규모보다 더 늘 것이란게 예산·세무당국의 판단이다.
결국 장부상 계산만 맞춰놓고 들어온 것은 그때 생각해보자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사상 최대의 삭감이 이뤄진 90년도에는 무려 4조9천2백33억원(당초 세입 21조9천2백42억원,실적 26조8천4백75억원)이란 사상최대의 세수초과액이 생겼다.
이같은 세수초과액은 당초 예산의 22.5%에 이르는 규모였다.
87년 세수초과액이 1조원을 넘은 이래 88년 2조9천1백28억원,89년 2조8천2백56억원의 세수초과액이 생겼고 올해도 2조5천7백60억원의 세수초과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90년도에는 무려 4조7천6백63억원,본예산 대비 21%라는 엄청난 추경예산이 편성됐고 89년에도 2조8천1백85억원(본예산의 14.7%),올해는 4조4천25억원(16.3%)의 추경예산이 편성,집행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엄청난 오차발생은 예산당국의 경제예측이 크게 빗나간데 가장 큰 이유가 있으나 국회의 정치투쟁식 예산심의도 분명히 한몫을 거들었다.
예산항목을 세세히 뜯어보고 불요불급한 것을 들춰내 깎는 노력이 아니라 예산의 몇% 하는 식으로 총액삭감의 정치흥정이 오가는,더욱이 세법개정 등을 통한 세입분야는 여건도 전망도 무시한채 억지로 끼워맞추는 식의 예산심의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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