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후계구도/민정계 「인물」은 누군가(92선거정국: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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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YS 대안」찾기 물밑조정/박태준·이종찬·박철언씨등 거명/내부조정·결정방법 미지수
대통령후보의 총선전 지명을 요구하는 민주계의 청와대 담판설에 민정계는 「총선전 후보가시화 절대불가」를 공개적으로 천명,정면으로 반격할 태세를 갖추면서 내부적으로 대안인물을 조정하고 있다.
민정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총선전 지명」을 요구하는 김대표 진영의 대권공세차단에 일차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총선후 전당대회에서 민정계 독자후보를 차기 대통령후보로 옹립한다는데 최종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후보선출을 위한 5월 전당대회 직전에 가서야 노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민정­공화계의 연대를 굳건히 해줌으로써 YS배제 분위기를 확실히하고 그바탕위에서 민정계가 대권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구체적으로 누가 대안이 되겠느냐는 것.
내각제합의각서파동·당직개편파동·대선거구제 추진등 당내 고비때마다 민정계 결속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태준 최고위원이나 이종찬·박철언 의원등 민정계 핵심세력이 부시 미 대통령과 김대표와의 면담을 계기로 민주계가 「얼굴없는 공세」(오유방 의원 표현)를 개시한 이후 긴밀한 접촉을 계속하며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3자간에 후보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박최고위원과 이·박의원등 차기 대권에 뜻을 품고 있는 민정계 3인은 최근 일련의 연쇄접촉을 통해 ▲총선전 후보선출 절대 불가 ▲김대표의 대권공세에 공동대응 ▲박최고위원을 주축으로 한 민정계의 결속강화등에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총선까지 공동보조를 취한다는데는 내막적인 합의를 이루고 있다.
공화계의 김종필 최고위원도 민정계 3자의 내막적인 합의에 동조하고 있다.
박태준 최고위원이 『총선전 후보를 지명할 경우 노대통령의 통치권 행사에 엄청난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김대표측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박 두의원도 『총선전 전당대회는 레임덕 현상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계파간 후유증때문에 총선에 전력투구를 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특히 총선전에 YS를 지명하면 수도권·중부에서 참패한다는 여러가지 조사자료를 근거로 민주계의 총선전 지명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민정계측은 따라서 김대표측의 동계공세를 적극 차단,일단 총선을 무사히 치르고 난후 노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것 처럼 당헌에 따라(5월) 민주적 절차(경선)에 의해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쪽으로 세를 몰아감으로써 YS를 대권후보의 대열에서 아예 배제시키자는 생각이다.
민정계측이 반YS전선 구축에 열을 올리며 민주계측의 공세에 적극 대응자세를 취하는 또다른 요인은 군부·재계등 범여권세력의 주축들이 김영삼 대표의 자질에 회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속에 민정계의 각파는 독자후보 옹립에 대비,은밀한 상황분석을 벌이고 있다.
총선전에 후보가시화가 이뤄지지 않고 총선후 전당대회에서의 후보 선출이 미뤄진다면 그 방식은 ▲노대통령이 완전중립을 선언하고 경선으로 선출하거나 ▲노대통령이 차기후보를 내정,전당대회에서 지명하는 방식으로 압축되는데 현재의 역학구도로 볼때 완전자유경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다고 노대통령이 당내분위기를 무시하고 어느 특정한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도 어렵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결국 노대통령의 의중도 민정계를 포함하는 범여권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감안해서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누가 그런 분위기를 타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현재 당내에서 민정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박최고위원과 이종찬·박철언 의원등 3인이다.
이종찬 의원의 경우 오래전부터 완전 자유경선을 표방,경선에 나설 뜻을 분명히하고 있으며 월계수 고문사퇴사태후 한발뒤로 물러서있는 박철언 장관도 총선후 상황변화에 대비하겠다는 눈치다. 박최고위원은 민정계의 단합에나 진력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역시 유력한 후보자로 부상하고 있다.
박최고위원 본인은 소극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자신이 민정계 결속을 몰고 나가고 공화계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은 『집권말기의 노대통령이 안정적인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5년 임기를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당최고위원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자신의 역할과 위상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특히 민정계 관리자인 자신은 대통령이 어떤 후계구도결정방식을 택하든 노대통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는등 자신의 한계를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뜻이 기울어진다면 굳이 피할 생각은 아니며 주변에서는 좀더 적극적인 대시를 주장하기도 해 경제문제에 대한 그의 행보나 반YS언동이 장차의 구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보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상황이 대단히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누가 민정계 단일후보로 나서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종찬 의원은 국민적 지지도가 높고 세대교체의 상징적 주자이나 당내기반이 취약하고 박철언 의원은 여권내 최대 사조직을 관리하고 있는 동시에 세대교체바람을 탈 수 있고 노대통령의 친인척으로서 지원을 받기 유리한 위치에 있으나 그동안의 이미지 쇄신이라는 과제가 있다. 박최고위원도 정치적 무게가 쌓이지 않았고 용모나 언변등 대중정치인으로서는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앞으로 민정계에는 정치적 중량을 가진 인물들이 상당수 전국구나 지역구 공천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 동구가 분구되면 김복동씨가 민정계몫으로 공천받는게 확정적인데 역시 대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국구공천이 거의 확실시되는 노재봉 전총리등도 고려의 대상밖으로 완전히 밀어낼 수가 없다.
최근 들어 중부권 역할론과 비TK 대상론,지역감정 극복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서울을 포함한 경기·충청등 중부권 인물론이 내비치고 있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 물론 이들 역시 반YS이기는 마찬가지여서 YS배제 움직임에는 힘을 모으고 있는데 막상 공천후가 되면 이들간에 세력잡기의 갈등이 심상찮을 것으로 보인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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