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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천다이저 유희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패션」하면 곧 디자이너를 연상시키던 여성들에게 새바람이 일고 있다. 바로 머천다이저의 등장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여성 머천다이저의 등장은 패션산업계에서 여성들의 활동영역을 넓히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머천다이저가 하는 일, 즉 머천다이즈에 대한 사전적 풀이는「∼을 상품화하여 판매를 도모한다」 「∼의 판매를 계획·촉진한다」「상품을 광고·선전한다」 등으로 나와 있다.
실제로 패션계의 머천다이저들은 사업계획에서부터 물량계획·아이템 기획은 물론 세부적으로 광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캐털로그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상품판매분석까지 일체를 도맡고 있다.
그래서 패션 머천다이저들은 알파뱃 머리글자를 딴「MD」를 「뭐든지 다해」의 약자라고 즐겨 부른다.
패션디자이너에서 MD로변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유희자씨(31·(주)논노 카티미니사업부 주임)는 이처럼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MD란 직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 중하나다.
유씨가 전문 MD로서의 인생을 출발한 것은 작년5월 (주)논노의 공개채용을 통해서였다.
83년 건국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개인 부틱·PAT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해오면서 차츰 「옷만 예쁘게 만드는 디자인」만이 아니라 「상품을 관리하는 일」의 필요성을 깨닫게된 그는 약7년간 한 직장에 머무르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생겨난 매너리즘에 대한 경계도 할겸 자연스럽게 머천다이저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던 것.
그는 국제복장학원과 코오롱 패션산업연구원에서 l년간 MD공부를 한뒤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그가 맡고 있는 카티미니 브랜드는 72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유아복 전문회사 카티미니의 라이선스브랜드. 「몰래」「살짝」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인 카티미니는 패션 감각이 높은 캐릭터성 유아복으로 89년부터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새 브랜드다. 따라서 이를 빨리 국내 시장에 정착시켜 많은 판매수익을 올리게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유능한 MD란 브랜드 매출을 올려서 이익을 많이 남게 하는 것이죠. 생산량의 70∼75%는 팔려야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을 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시즌이 끝날때까지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는 한 시즌의 상품판매를 분석하는 「품평회」를 준비할때 가장두렵다고 했다.
의류기획은 약1년, 생산은 약6개월정도를 앞서가야 하기 때문에 소비심리를 정확히 예측해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지난 겨울 하프코트를 12모델로 잡아 생산에 들어갔다가 부자재공급 문제등으로 생산량에 차질이 생긴 일, 패딩 톱바의 종류를 다양하게 구비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주문을 따라가지 못했던 일은 지금도 「속상한 일」로 남아있다. 그가 카티미니에 손을 댄 후 광고·매장 인테리어의 변화를 통해 이미지 제고에 주력했던 것이 맞아 떨어져 매장당 연평균 10%정도 신장을 거듭하고 있어 『체면유지는 된 셈이이라며 웃는다.
그간 패션 MD를 남성들이 주도해 온데 대해『MD라는 직종자체가 이익개념이 많아야 하므로 경영학 전공자라든지, 섬유소재지식이 풍부한 섬유공학자들을 선호했던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여성에게는 숫자개념이 좀 약한 흠이 있고 점주들과의 관계등에서 사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불편이 있긴 하지만 감각이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컨셉을 빨리 잡아낼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고 유씨는 강조.
그는 앞으로 MD는 일본처럼 전문화·세분화돼 판매분석을 전담하는 영업MD, 언제 상품을 만들어 출고할 것인가를 정하는 생산 MD, 소비심리를 파악해 어떤 종류의 상품이 적당할 것인가를 정하는 기획 MD등으로 나뉘면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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