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론 3배 이상 늘 수 없는 보유세 올해 4배 증가한 집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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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가 늘어도 전년의 세 배를 넘을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세 배가 넘습니까?"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에 사는 주민이 16일 본사로 걸어온 전화다. 국세청이 15일 발표한 주요 지역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 사례를 보자. 이 아파트 주민이 지난해 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합계액은 94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내야 할 합계액은 무려 387만4000원으로 지난해의 4.1배나 된다. 재산세.종부세에 따라 붙는 각종 세금을 더한 총 보유세 부담액을 따져봐도 올해가 지난해의 3.4배다.

그럼 세 배가 넘는 부분의 세금은 안 내도 되는 것일까? 국세청의 답은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의 세 배를 초과하는 곳은 국세청이 표본 조사한 17개 아파트 중에서만 세 곳(과천 주공 45평, 목동 신시가지1 45평, 목동 하이페리온 62평)이 더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곳 가운데 지난해에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다가 올해 종부세를 내게 된 아파트까지 조사하면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보유세 납부 때는 상한액 초과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왜 상한선을 초과하나=지난해는 각 시.군.구가 자체적으로 재산세를 깎아줬으나 올해는 이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산세 납부 거부 운동이 확산하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재산세를 10~50%씩 깎아줬다. 지자체는 지방세법 188조에 따라 50% 안에서 재산세를 깎거나 중과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유세 상한을 계산할 때는 지자체가 깎아준 부분을 감안하지 않는다. 예컨대 지난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100만원 내야 할 사람이 지자체의 재산세 감면으로 50만원만 냈다고 하자. 이 경우 올해 상한은 150만원이 아니라 300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실제로 낸 세금과 올해 내야 할 세금을 비교하면 상한인 세 배를 훨씬 초과할 수 있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다르게 적용한 재산세를 기준으로 상한을 정하면 서울 강남처럼 부유층이 많은 곳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모순이 생겨 상한을 계산할 때는 지자체의 감면분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재산세 감면 못 해=각 지자체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비율로 재산세를 깎아주면 보유세 증가율은 떨어진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지방세법을 고쳐 올해는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재산세 감면 혜택을 많이 본 곳일수록 올 보유세 증가 폭은 커지게 된다. 단 집값이 6억원 이하여서 재산세만 내는 사람은 상관없다. 재산세 상한은 집값이 3억원 미만이면 5%, 3억~6억원은 10%이기 때문이다. 재산세만 내는 사람은 아무리 세금이 늘어도 전년의 10%를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서회계법인 김상운 회계사는 "세 배 이상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조세 저항도 거세질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민.윤창희 기자

☞◆보유세 증가 상한=세금이 한꺼번에 많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장치.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합계액을 말한다. 그러나 재산세엔 지방교육세.도시계획세가, 종부세엔 농어촌특별세가 따라붙어 납세자가 내는 실제 보유세는 재산세+종부세 합계액보다 많다. 단 보유세 증가 상한을 계산할 때는 따라붙는 세금을 뺀 재산세+종부세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다. 현 종합부동산세법 10조는 보유세가 전년의 세 배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상한을 계산할 때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깎아준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정상 세율을 적용한 금액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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