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끝낸 崔대표 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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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5일 단식투쟁을 끝낸다. 그는 '단식을 풀며'라는 성명서를 내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 열흘간의 단식을 풀 예정이다. 4일 오전 崔대표를 진찰한 서정돈(내과 전문의) 성균관대 총장은 "몸이 산성화됐고, 뇌의 활동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당장 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崔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지난달 28일 지방에서 시작된 '특검 쟁취.정치 개혁.나라 구하기 릴레이 시위'가 5일 오전 서울의 중앙당사에서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난 뒤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崔대표 주변에선 특검이 재의결된 뒤 바로 단식을 푸는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65세의 건강 등을 고려해 단식을 해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崔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주변의 부패문제와 실정(失政)을 부각시켜 결국 특검을 쟁취했고, 한나라당이 야당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한 것이 큰 성과"라고 주장했다. 崔대표의 투쟁이 특검 관철의 발판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결속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 崔대표가 몸소 극한투쟁의 길을 선택함에 따라 당내에선 그를 중심으로 뭉쳤다. 체중 6㎏이 감소한 그에겐 2천여명이 넘는 당원이 방문 격려했다. 이로 인해 그의 위상이 높아졌고, 당 장악력도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 특검법안의 재의결이 불투명해지자 갑자기 국회의 문을 닫고 장외투쟁에 돌입한 결과 당의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 관철과정에서 도리어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주도권을 쥔 것처럼 비친 것도 崔대표에겐 부담"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崔대표는 앞으로 당과 자신의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단식정치의 다음 수순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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