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 삭감규모 “여야 흥정”/막바지 진통겪는 계수조정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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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로 체면치레할 명분찾기/주고받기식 항목조정 모색 가능성
쟁점법안의 무더기 날치기사태때문에 정기국회의 고유권한인 내년도 예산안심사가 뒤죽박죽 돼버린채 기형적인 세출예산계수조정작업의 막바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예결위는 30일오후까지 계수조정작업을 끝내기로 했으나 재무위에서 세입규모가 깎이지 않고 확정된데다 세출삭감규모와 항목별조정을 놓고 내놓은 여야간 「카드」가 크게 달라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심사는 예결위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대로 『과거에 볼 수 없는 모양새』로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예결위 계수조정작업초반 기획원과 야당측간의 탐색전이 어느 정도 끝날무렵 재무위에서 세입삭감 규모를 정해주면 계수조정소위가 본격 밀고당기기 작업을 벌이는 것이 통상절차 였는데 이번엔 26일밤 재무위가 날치기로 세입규모를 확정했기 때문.
그것도 팽창시비를 아주 외면한채 총규모 33조5천50억원 예산의 세입쪽을 한푼도 깎지 않고 덜렁 일을 끝내버려 세출을 따지는 예결위는 「균형예산편성」원칙때문에 곤혹스런 처지가 된 것.
이에 따라 뭔가 자르는 것이 본업인 계수조정소위는 새로운 「묘수」찾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
대충 세출에서 2천억원을 깎아 양특적자보전금으로 돌리고 불요불급한 사업비를 조정하는 수준에서 제한적 작업을 끝낼 듯.
○…여야가 이번 작업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은 총액삭감규모.
29일 오후 늦게까지 열린 소위에서 여당은 『항목조정은 가능하나 총액삭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반면 야당측은 『순삭감이 아니면 심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해 최각규 부총리와 예결위의 김용태 위원장,홍희표 민자·김봉호 민주당간사가 따로 접촉,절충선을 모색하느라 부산.
민주당측은 『항목조정에는 응하지 말고 최소한 1조원은 삭감하라』는 김대중 공동대표의 지시에 따라 표면적으론 순삭감투쟁.
그러나 ▲경부고속전철사업비 1천억원 ▲예비비 8백억원 ▲국방부 전력투자증강비 9백63억원등 외형상 5천억원선의 삭감을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삭감분의 일부를 보사·환경·건설분야로 돌리거나 신규항목추가를 주장.
이와 함께 민주당의 김봉호·유준상 의원 등은 『세입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세출만 삭감하면 흑자예산이 되나 이때 발생하는 세계잉여금을 양특적자등 국가채무를 갚는데 쓰자』고 대안을 제시.
이에 최부총리,김위원장 등은 『재무위에서 세입이 확정됐는데 어떻게 세출만 깎느냐』며 『세출부문을 삭감해도 국민부담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반박.
예산관리의 실무책임자인 박청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도 『세수를 제대로 잡아 추경을 편성치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여야합의로 규모가 삭감돼 추경이 발생하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 진다』고 난색.
○…결국 여야간 팽팽한 줄다리기는 내년 예산(일반회계)의 세입규모를 그대로 놓아두되 세출부문에서 3천억원 내외의 삭감규모를 조정,특별회계로 넘긴뒤 양특적자 보전전출금으로 쓰고 이를 30일 전체회의,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
그러나 30일의 예결위처리여부가 불투명해 12월2일 직전까지 이어진뒤 찬반토론으로 처리될 전망.
이는 1조원이상의 대폭삭감은 현실성이 없음을 내심 인정하고 있는 야당측이 실제 물밑협상에서는 4천억∼5천억원정도를 삭감규모로 제시하고 있고 정부·여당측도 삭감에 대비,통상 전체예산의 0.7%의 「비장의 카드」를 지니고 있다는 설이 있기 때문.
결국 여야는 각기 관심사항인 ▲전몰유가족보상금 ▲지역의보 적자지원금 ▲새만금방조제 축조비 ▲광주공항건설비 등의 항목을 「주고받기」식으로 조정해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계수조정소위 회의장주변에는 정부측 관계자들과 의원들이 「한건」을 위한 로비를 치열하게 벌여 눈길. 한계수 조정소위원은 의원들이 전달한 한묶음의 부탁메모를 보여주며 고충을 토로.
28일에는 민자당의 조만후(진주)·안영기(제천­단양)의원이 각각 대전∼진주고속도로와 원주∼제천고속도로 관련예산 반영을 위해 홍간사와 꾸준히 접촉.
국회 박상문 사무총장은 『국회예산을 늘려줘야 국회위상이 높아진다』고 청탁했으나 김위원장은 난색을 표명.
민주당의원들은 『지역구 및 민원성사업의 예산증액을 요구하지 말라』는 김대표의 「엄명」에 따라 회의장주변에는 얼씬도 안해 대조를 보였으나 야당의원들은 회의장주변에 드나들지 않는 대신 정부측과 자기당 계수조정소위원들에게 이미 민원을 단단히 청탁해 놓았다는 후문.
부산지하철에 관심을 가진 이기택 공동대표는 「알짜」인 계수조정소위 위원에 민주계 부산출신의원들이 한명도 끼지 못하자 김정길 총무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왜 노무현 의원을 포함시키지 않았느냐』고 질책한후 모종의 방책을 강구했다는 후문.<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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