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강박행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40대 후반 직장 간부로 1년여 전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예를 들어 손이 더러운 것 같아 하루에도 10여번씩 손을 씻으러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한다.
금방 손을 씻고 왔는데도 더럽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1년여 전부터 직장 일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아졌으며 최근에는 자신이 무력하고 후배들이 유능해 직장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신병 초기 증세가 아닌지 두렵다.

<답>질문으로 봐서는 강박장애와 약간의 우울증이 겹쳐있는 것 같다.
강박강애·우울증은 정신병이 아니라 신경증의 일종이므로 너무 걱정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오히려 해가 된다.
질문자처럼 하루에도 10여번 혹은 수십번씩 손씻는 것과 같은 행동을 강박행동이라고 하는데, 강박행동에는 보통 강박사고가 동반되는 것이다.
강박행동·강박사고와 같은 강박장애 특징은 환자 자신이 실천에 옮기는 행위 혹은 생각이 분명히 의미가 없으며, 나아가 하고 싶기 않은 생각 혹은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강박사고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자기 자식을 칼로 찌르거나 혹은 고층 아파트 난간 같은데서 떼밀어 죽이는 것과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자신이 남을 해치거나 남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었을까 걱정하는 것도 강박사고의 일종이다.
강박행동은 질문자처럼 오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씻는 행위가 가장 흔하고 그밖에 대문이나 가스불이 잠겼는지 확인 또 확인하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이런 강박사고·강박행동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바 없다. 그러나 유력한 가설로는 강박장애는 유전적 경향이 있어 불안·초조 등 다른 신경증에 비해 가족력이 3∼4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후천적 요인도 적잖이 강박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성장기에 부모와 사별한다든지, 부모의 이혼 등을 체험한다든지, 완벽주의자, 꼼꼼한 사람 등에 많이 나타난다.
강박장애 치료는 최근 개발된 클로미 플라민 등 몇몇 항우울제를 주로 이용한다. 이들 약제는 때때로 일부 강박장애환자에게는 뚜렷한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강박장애는 특히 실직에 대한 불안·입시실패 등 각종 스트레스가 가중될 때 악화돼 나타나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평소 마음을 평온히 다스리도록 노력하는 것도 치료책이 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