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IOC 평가단 만나 "유치위, 여론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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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5일(한국시간) 샤덴 잘츠부르크 시장(앞줄 오른쪽)이 이가야 평가단 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유권하 특파원]

2014년 겨울올림픽 후보 도시로 14일(현지시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가단의 현장 실사를 받고 있는 잘츠부르크 유치위가 속병을 앓고 있다. 대회 유치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 온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현지 실사를 계기로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반대 단체의 대표들은 이가야 지하루 위원장 등 IOC 평가단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잘츠부르크 시의회의 녹색당과 무당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이들은 "많은 주민이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5년 4월에 실시한 공식 주민 투표 결과 61%가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의 빌리 레베르크 대변인은 "유치위가 IOC에 제출한 보고서에 주민들의 투표 결과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인츠 샤덴 잘츠부르크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 잘츠부르크 시민의 61%, 전 국민의 87%가 유치를 찬성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반대 단체 대표들은 "유치위가 제시한 통계는 2006년 10월 실시한 전화 여론 조사로 전국에서 단 75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여서 2년 전 공식 투표와는 내용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레베르크 대변인은 "2005년 공식 투표에는 2만3000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지난해 전화 조사보다 훨씬 대표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IOC 위원들에게 유치 당국이 답하기 껄끄러운 재원 조달 계획, 환경 문제에 관한 질의와 최근 적설량 부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샤덴 시장은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곳은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민주사회다. 반대론자들은 그런 질문을 던질 권리가 있다"며 "그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평가단 도착 이후 낮 기온이 연일 섭씨 16~17도를 오르내린 화창한 날씨도 유치위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예년 같으면 눈에 덮여 있어야 할 잘츠부르크 일원에서 전혀 눈 구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최근 중부 유럽의 이상 난동으로 적설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잘츠부르크 유치위는 반대론자들과 IOC 위원의 만남을 공식 프로그램에 소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또 평창이나 소치와 달리 IOC 평가단과 접촉한 것이 적발되면 기자 등록을 취소하겠다는 문서에 서약을 강요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첫 브리핑에서 AP 통신 등은 오스트리아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사건이 유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에 대해 지적했다.

잘츠부르크=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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