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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키보드로 게임하니? 난 생각만 하면 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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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호주 이모티브시스템스사가 개발한‘프로젝트 에폭’.

손가락은 까딱하지 않으면서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기가 나왔다.

호주의 이모티브시스템스사는 헬멧과 비슷하게 생긴 헤드셋과 소프트웨어로 이뤄진 '프로젝트 에폭'의 개발을 끝내고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디벨로퍼스 콘퍼런스'에 선보였다.

조이스틱이나 키보드를 이용하지 않고 뇌와 컴퓨터를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시스템이다. 생각만으로 게임 속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고, 캐릭터의 표정을 바꿀 수 있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헤드셋에 장착된 센서가 헤드셋을 쓰고 있는 사람의 뇌파 신호를 읽어 내고, 소프트웨어가 뇌파 정보를 분석한 다음 그 정보를 무선으로 게임기나 PC에 내보내는 것이다.

프로젝트 에폭의 책임자인 렌드 브린은 "이 장치 자체가 학습기능을 갖추고 있어 헤드셋을 사용하면 할수록 플레이어의 생각을 보다 올바르게 이해한다"며 "분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동에 대한 생각을 항상 같은 패턴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브린은 여러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에폭을 테스트했다. 그중 어린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였다. 브린은 "아이들은 어른이 갖고 있는 '마음의 벽'이 없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초능력으로 컵을 움직인다고 상상하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반면 어른들의 사고는 상식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장벽에 부닥친다는 것. 어른이건 아이이건 한 번에 하나의 행동을 실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 번에 3개 이상의 행동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습을 필요로 하는 어른들이 꽤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모티브시스템스는 프로젝트 에폭을 게임 이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께 이 제품이 특정 용도로 변형돼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모티브시스템스는 호주국립대학(ANU)과 시드니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정신개발 프로젝트의 기술합작 회사로, 2003년 설립됐다. 호주 시드니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이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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