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성(46.사진) 한국IBM 사장은 '융합의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1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리아리더스 포럼에 참석해 "부가가치를 내는 곳은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닌, 관심 밖의 분야에서 눈에 띌 경우가 많다"며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달에 한번 열리는 이 세미나는 공학한림원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혹자는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이 합쳐나가는 현상을 융합으로 보지만 그에게는 모든 게 융합이다.
"기업마다 추진하는 혁신은 분명 기술적 발명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통신 분야에서 앞으로 10~15년간 세상을 완전히 뒤바꿀만한 파괴적인 기술이 없다고 본다면 디자인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과 융합하지 않고선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그는 소니와 IBM.도시바가 차세대 칩 생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뉴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로 힘을 합치고 싶어서 합치는 게 아니라 시장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각자의 능력만으로는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수 없으니, 나름의 장점을 융합시킬 수 밖에 없는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몸담은 IBM 또한 융합을 통한 혁신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IBM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20% 정도의 매출을 올리지만 전체 수익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배경은 각종 융합의 효험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내 석학의 80% 정도가 모여있는 대학에서 국내 특허의 20% 만을 배출한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인들은 부족한 게 있으면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그걸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부족한 척 하면서 남이 갖고 있는 걸 꺼내가려고 안달이지요."
이 사장은 서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한국IBM에 입사해 2005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이 '융합시대의 신산업 창출'에 관한 주제발표를 했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