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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교류·협력 산넘어 산/이견 못좁혀 중단된 판문점 접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합의서」 암초 걸려 좌초/평화체제등 「핵심」 동상이몽/기본입장 변화없는한 총리회담서도 성사 힘들듯
지난 10월의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서 형식에 합의함에 따라 여기에 담을 내용을 절충하기 위해 개최됐던 판문점 대표접촉이 평화체제구축등 핵심쟁점사항들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6일의 4차접촉을 끝으로 회담을 중단했다.
이번 접촉은 4차본회담에서 북측이 보여준 유연성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데다 경제난·핵사찰수용 압력 등 북한이 처해 있는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할때 상당한 수준에서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모았었다.
특히 북측은 지난 20일의 3차접촉때까지만 해도 평화체제구축등 우리측이 요구한 대목들에 대해 뚜렷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북측은 합의서 전문 및 경제교류 등에 대한 분야에서 우리측 안을 어럽지 않게 받아들여 이같은 관측을 짙게 해주었다.
그러나 26일의 4차접촉에서 북측은 지금까지의 유연성을 거둬들이고 경화된 자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북측은 26일의 4차대표접촉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4차접촉에서 이같이 경화된 입장을 보인데에는 18일부터 개최된 제5차 북­일 수교협상에서 내막적으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판문점접촉은 일부 대목에서는 합의가 있었으나 합의서 채택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언덕이 도처에 깔려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는 양측이 제시한 절충안과 이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네차례에 걸친 이번 접촉을 통해 남측은 지난 4차본회담때 제시했던 15개 조문의 합의서안을 26개 조항으로,북측은 기존 21개조항을 23개로 각각 풀어서 제시했다.
이는 그만큼 상대방 입장을 수용해 보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체제존중 ▲내정불간섭 ▲비방중지 ▲파괴전복행위 중지 ▲경제교류협력 등의 분야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특히 이산가족문제에 대해서도 「즉각실시」라는 어휘를 제외하고는 표현상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팽팽히 맞섰다.
언론개방에 대해 북측은 『동독이 망한 것은 서독 TV 때문이다. 남측이 이를 강조하는 것은 흡수통일기도』라며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서울·평양에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조항과 관련,우리측은 「상주 대표부」라는 용어를 반대하는 북측의 입장을 감안,명칭을 「상설연락사무처」로 고치면서 이를 서울·평양에 두기로 했으나 북측은 명칭은 좋으나 이를 판문점에 설치하자고 맞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불가침선언의 이행을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도 마찬가지다.
북측은 군인사간 상호방문,직통전화설치,현장검증 등 우리측이 제시한 신뢰구축조치는 필요없고 군축만 하면 저절로 이뤄질 수 있다고 완강히 나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북한에 필요했던 것은 남북간의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교류확대·신뢰회복 등의 조치가 아니라 「합의문」이라는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문건만이 필요했던 셈이다.
북측은 대외적으로 남북관계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증자료만 있으면 됐지,실질적인 교류는 기피한 것이다.
북측이 지난 4차본회담 및 네차례에 걸친 판문점 접촉을 통해 보여준 신축성은 바로 그와 같은 「합의문건」을 얻어내기 위한데 불과했다는게 정부측 분석이다.
우리측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합의서를 어느 정도 선언적인 선에서 채택하되 한두가지라도 교류·협력의 실천적인 항목을 끌어내 정치·군사분과위원회에서 계속 논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등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우리측도 선언적이기만한 합의서는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5차 본회담에서도 북측의 실질적인 남북교류확대를 위한 결정적인 정책선회가 없는한 합의서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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