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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의여행스케치] 멕시코의 '설렁탕'포솔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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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프리다 칼로 박물관

"나 포솔레 먹어봤어."

아무 멕시코 사람이나 붙잡고 이렇게 말하면 상대의 얼굴엔 경이롭다는 표정이 피어난다. 그리고 바로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되묻는다.

"어땠어?"

이 질문에 과장된 표정과 함께 "맛있었어. 최고야!"라고 응수하면 그는 환한 얼굴로 내 어깨를 툭 치며 "진정한 멕시코 음식을 먹었구나" 하고 외치게 된다.

멕시코 음식이라면 타코밖에 모르던 내가 포솔레를 알게 된 것은 택시기사 호세 덕분이었다. 그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 나를 데려다 줬다. 우린 두 시간 뒤 정문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고, 정확히 두 시간 뒤 다시 만났다.

포솔레(pozole)와 돼지 껍데기 튀김

"내가 쏠게 점심 먹으러 가지 않을래?" 갓 스무 살을 넘긴 호세에게 내가 제안했다. "대신 아주 아주 멕시코다운 음식을 추천해 줬으면 좋겠어."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를 멕시칸들로 가득한 한 식당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포솔레를 둘 주문했다. "네가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전형적인 멕시코 음식이야."

살짝 뜸을 들여 천천히 나온 포솔레는 내 예상과 달리 국물요리였다. 대접에 마치 설렁탕처럼 허연 국물이 출렁대고 있었다. 국물 속에는 돼지 머리고기와 커다란 옥수수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녔다.

호세는 곁들여 나온 레몬즙과 순무, 양파와 향초, 그리고 고추를 국물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뻘건 고추양념을 넣어 휘저었다. 같은 방식으로 해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정말 매력적인 매콤한 돼지고기 국물 맛이 났다. 밥 대신 옥수수가 들어갔으니 돼지국옥수수라 불러도 될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국물요리가 속을 든든하게 채워 줬음은 물론이었다. 그날 점심 이후 멕시칸들을 만날 때마다 내 인사말은 언제나 '나 포솔레 먹어봤어'가 됐다.

오영욱 일러스트레이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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