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리더 키우기 오프라 윈프리의 '규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오프라 윈프리가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에 설립한 리더십 아카데미 개교식에서 여학생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AP=연합뉴스]

차세대 아프리카의 여성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한 오프라 윈프리(52)의 의지가 대단하다. 올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세운 '오프라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가 그 무대다. 이 여학교는 윈프리의 뜻을 반영해 매우 엄격한 규율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이 학교는 평일에는 학생들의 가족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e-메일도 금지다. 전화는 주말에만 할 수 있으며 부모들의 방문은 한 달에 한 번만 허용된다.

부모가 딸을 만나기 위해서는 2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한 학생당 방문자는 4명으로 제한된다. 부모들은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도 가져올 수 없다.

대다수의 부모는 딸들이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시설에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해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너무 빡빡한 규칙에 대해 불평도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딸이 가끔 울면서 전화한다"며 "너무 힘들어 감옥인지 학교인지 잘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다른 부모는 "방문 신고를 하고 30분을 기다려 딸을 두 시간밖에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윈프리의 대변인은 "학교 정책은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짜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학생들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여학교는 윈프리의 '꿈의 학교' 구상을 실현하고 있다. "장차 이곳에서 대통령은 물론 아프리카를 이끌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그녀의 야심이다. 학생들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지원한 11~13세 3500명 가운데 1차 시험을 통과한 500명을 윈프리가 일일이 면접해 뽑았다.

첫 입학생은 152명이지만 2011년까지 45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모든 학생들은 스위트룸 수준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비는 무료다. 벽난로와 타일.벽지도 최고급이며 교복과 식기.침대보는 윈프리가 직접 골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애초 남아공 정부는 윈프리와 함께 학교 설립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가난한 나라에 걸맞지 않게 학교가 지나치게 엘리트 위주며 사치스럽다"는 비난에 부닥쳐 발을 뺐다.

그러나 윈프리는 이런 비난에도 끄덕하지 않고 "아름답고 좋은 것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마련"이라며 "학생들은 일류 선생님으로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오프라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 동영상 보러가기

◆ 오프라 윈프리=미국에서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린다. 탁월한 방송감각과 다양한 자선활동으로 유명하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미시시피주에서 가난한 10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어렸을 때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방송.영화.출판을 아우르는 종합미디어그룹 '하포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으며 연봉은 2억2500만 달러, 재산은 15억 달러로 알려졌다.

◆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교육의 힘으로 아프리카 소녀들의 미래를 바꾸겠다며 윈프리가 1월 2일 개교한 초현대식 기숙학교다. 요하네스버그 남쪽에 4000만 달러(약 380억원)를 투입해 지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