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코리아] 한국, 해양 - 대륙세력에 낀 외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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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가 '준 동맹국'에 해당하는 안보 공동선언을 발표하게 된 데는 미국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지난달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일본과 호주를 연쇄 방문한 것이 이번 공동선언과 관련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선언은 일본과 호주가 줄곧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지한 것이나 최근의 한.미 관계 악화도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전략의 기본 축을 '한.미.일'에서 '미.일.호'로 옮기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사히(朝日) 신문도 "이번 선언은 국제활동 등에서 양국의 협력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 군사 협력을 기둥으로 하는 미.일 안보조약과는 다르다"며 "그러나 서로에게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해 '미.일.호'의 3각 체제를 강화하는 게 지향점"이라고 해석했다.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양자 군사협력을 통해 태평양의 안보 질서를 유지해 왔다. 한국과는 53년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으며 일본과는 51년 9월 미.일 안보조약을 각각 맺었다. 호주.뉴질랜드와는 51년 9월 태평양 안전보장조약인 앤저스동맹(ANZUS)을 체결했다. 그러나 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되고 테러, 대량살상무기, 중국의 부상, 북한 핵 문제 등 새로운 안보 환경이 조성되자 일본과 호주는 양자 협력을 대체하고 보완할 새로운 안보 체제를 모색하게 됐다.

특히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80%나 되는 일본은 1000해리에 달하는 시레인(sea lane.전략물자 해상 수송로) 보호를 위해 호주가 필요했다. 또 태평양에서 정치.안보 주도권을 쥐려는 호주도 일본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일.호주 간 안보선언은 도쿄와 캔버라 간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양국 간 안보 협력을 반기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지난 6년간 추진해 온 중국 포위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이번 안보선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P통신은 푸잉(傅瑩) 전 호주 주재 중국대사가 호주 정부에 "중국은 호주가 일본과 안보협력선언에 서명하는 걸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일.호주 동맹이 바로 한.미 동맹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태평양의 안보 질서가 해양세력(미국.일본.호주)과 대륙세력(중국.러시아)으로 양분될 경우 한국은 양쪽에 끼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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