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에 무너진 환경방패막/수뢰로 드러난 환경행정 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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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골프장둘러싼 「뒷돈」의혹 현실로/상수원 오염까지 묵인한 경우도/법보완앞서 종사자 기강부터 바로 잡아야
환경처 직원들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뇌물수수사건은 그동안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허술함이 끊임없이 지적돼온 점에서 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이 올여름 산사태수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국정감사의 주요문제로 다뤄진 골프장 건설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있은 「뒷돈 거래」였다는 사실에서 충격이 더 크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81년 도입돼 각종 공공사업에 적용돼오다 87년부터는 민간사업에까지 확대돼 현재는 15개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체육시설」의 일종으로 다루어져 18홀이상이 대상이다.
이밖에 스키장·온천·수영장·콘도미니엄 등 관광위락시설은 물론,공항·철도·도로·하천·항만·공단조성등 「환경을 파괴 또는 훼손할 우려가 있는」일정 규모이상 각종 개발사업이 대상에 포함돼 있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환경보전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다른 공직자들의 뇌물수수사건과는 단순비교할 수 없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뇌물수수내용중에는 상수원지역에 골프장을 만들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해준 것도 들어 있어 환경행정의 존재의미에 의문을 품게하고 있다.
구속된 박모과장등 관련자들은 수도권상수원지역인 북한강에서 불과 2백50m떨어진 곳에 욱성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협의해주는 대가로 지난해 뇌물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농약에 의한 물의 오염,자연환경 훼손등 우려가 큰 골프장을 가배수로와 침사조를 보완하는 선에서 건설할 수 있게 협의해 준 것이다.
이밖에 여러곳 골프장에서도 뇌물을 받고 환경영향평가를 허술히 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허점을 보완,사전규제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환경영향평가법」을 내년중별도 입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발사업자들에게 제약을 가하기 앞서 실제 법을 운용하는 공직자들의 성실한 근무자세 확립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이번 뇌물수수사건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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